공개 연설·법정 및 국회 진술 출판 가능, 편집은 못 해
한동훈 어록집 출판사 "한 장관 반대하면 출간 안 할 것"
한 출판사가 한동훈 법무장관의 공개 발언을 모은 '어록집'을 출판하겠다고 나섰다. 한 장관은 공개 발언에 저작권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한동훈 신드롬'을 내건 출판사 상술에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논란이 되자 해당 출판사는 한 장관이 반대하면 출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1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출판사 '투나미스'는 오는 15일부터 한 장관의 인사청문회 이후 어록을 모은 책 '한동훈 스피치' 출판을 위해 플랫폼 '텀블벅'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출간 예정인 어록집은 1부 취임사, 2부 기자회견 발언, 3부 청문회 및 대정부 질문 발언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펀딩은 이미 600여 명이 알림신청을 한 상태다.
투나미스 측은 출간 배경을 소개하며 '한 장관이 등장할 때마다 동영상의 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한동훈 신드롬'으로 규정했다. 관련 자료 수집은 60%정도 완료한 상태. 한 장관 발언에 대한 별도의 해설은 붙이지 않는다.
한데 발언의 주체인 한동훈 장관의 허락 없이 출판물을 발행하는 데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현행 저작권법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 및 법정·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진술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연설이나 진술을 편집해 이용할 수는 없다. 해당 출판사가 "그대로 드라이하게 건조하게 실을 생각"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출간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한 장관은 "책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정확하게만 나온다면 공적으로 한 말들이니 상관없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연설‧국회 및 법정 공개진술 저작권 없지만 편집하면 '위반'
실제로 출판계에서는 역대 유명인들의 '어록'을 모은 책이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노무현,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집은 현재도 몇 종씩 출간되고 있다. 다만 해당 발언이 등장한 배경을 소개하거나, 연설문과 실제 연설이 달랐을 때를 비교한 설명을 달면 '편집', 즉 위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노무현입니다'를 낸 출판사 돌베개는 노무현재단에 인세를 낸다. 돌베개 편집자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사투리를 많이 쓰셔서 연설문과 실제 연설이 다른 경우가 있다. 실제 연설을 기준으로 연설문을 다시 쓰고, 연설마다 그 연설이 나온 배경 소개를 윤태영 노무현재단 이사가 썼다. (보정한 연설문을) 그대로 갖다 쓰면 저작권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문재인 전 대통령 연설집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낸 출판사 김영사 역시 "공신력을 높이고 연설자의 의중을 담기 위해" 당시 청와대 비서실과 함께 연설문을 편집했다. 김영사 관계자는 "4월까지는 이 책의 인세 대신, 해당 금액만큼의 도서를 공공기관에 기증했고, 이후에는 비서실로 인세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 어록집' 상술 논란이 불거지자 출판사 측은 한 장관이 반대한다면 출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유지훈 투나미스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이 책을 안 냈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밝힌다면 받아들일 생각이냐'는 질문에 "예"라며 "한 장관 쪽에서 연락온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제 경험상 한 30여 종 책을 냈는데, 책이 나와서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이 책이) 팔린다라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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