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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낙관편향에 빠질 때 위기는 온다

입력
2022.10.12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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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외환·금융지표
낙관적 감세정책 폈다가 위기 몰린 영국
당국은 과도한 낙관 대신 냉철함 유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AFP

ⓒ게티이미지뱅크, AFP

현재 한국경제는 각종 외환·금융 지표가 사실상 위기에 가깝다. 물론, 아직 위기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지만, 투자자산의 가격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원화는 가치급락으로 대외 구매력마저 하락하는 현 상황이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 위기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래도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한다면, 1997년 경험한 국가부도에 미치지 않았다는 뜻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당시는 달러가 바닥나며 외화 지급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그때와 달리 어쨌든 현재는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 우리나라의 공식 외환 보유액은 330억 달러로, 그때 기준으로는 큰 문제없는 규모의 외환 보유가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나빠지자 보유한 외화가 순식간에 소진되며 국가 부도에 이른 것이다. 이번에도 당장 국가 부도 위기는 아니어도 정책 당국이 낙관주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경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관련해서 경제학 저명 학술지인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2022년 '과대 낙관주의의 거시경제적 결과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됐다. 해당 연구에서는 과도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몇 년 후에 경제 위축을 유발한다는 점을 실증분석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경기전망에서의 낙관이 과도한 부채 축적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현실적인 전망에 기초한 상황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개별 회사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진(CEO)의 과도한 낙관주의가 기업을 어려움에 빠지게 하거나 부도 위험을 높인다는 행태 연구는 이미 다양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거시경제 관점에서도 그 연관성을 보였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낙관 편향이 위기의 중요한 촉발요인인 과도한 부채를 만들고 그것이 경제 위축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는 그 유발 경로를 확인한 측면에서 특히 의미 있다.

사실 최근의 영국 파운드화 폭락을 비롯해 대부분 경제위기가 결국은 부채와 관련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의 금융시장 통합도가 높아 자본 유출의 가능성이 큼에도 영국이 기준금리를 2.25%에 설정, 미국의 3~3.25%보다 낮게 유지함으로써 미국과의 금리역전이 발생한 것이 최근 영국 사태의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신임 재무부 장관이 정부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제시 없이 감세만 발표함으로써, 영국이 사실상 재정 건전성 악화와 이로 인해 대규모 국채 발행이 수반될 것임을 예고한 것도 중요한 촉발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영국은 일반 정부 부채가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43%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문제의식 없이 대규모 재정확대 및 국채 발행과 유사한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영국경제를 위기로 이끈 것이다. 이에 영국 중앙은행이 시장에 긴급 개입해 국채를 대거 매수함으로써 일단 시장의 발작은 안정시킨 상황이다.

하지만 정책 담당자의 낙관 편향은 대개 정부부채 증가와 그 과정에서 위기를 가져온다는 관점에서, 그동안 과도한 재정지출 확대로 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져 있던 우리 역시 유의할 부분이다. 다행히 우리의 경우는 재정 건전성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최근 인식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에 대한 해석에서는 여전히 낙관 편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낙관 편향이 기업 자체를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는 것처럼, 정책 당국자의 과도한 낙관주의는 경제 전반을 위기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사실에서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시각이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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