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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자존심' 크림대교서 의문의 폭발… 우크라 "모든 불법 파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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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자존심' 크림대교서 의문의 폭발… 우크라 "모든 불법 파괴돼야"

입력
2022.10.08 16:42
수정
2022.10.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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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대교 열차서 대형 폭발·도로도 일부 붕괴
우크라 남부 점령한 러시아군 보급로 직격타
크림반도 탈환 공언한 우크라군 작전 가능성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롭 리 연구원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 일부. 크림대교에서 열차가 불타고 있고, 바로 옆 도로 교량 일부가 무너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롭 리 연구원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 일부. 크림대교에서 열차가 불타고 있고, 바로 옆 도로 교량 일부가 무너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해협 대교(크림대교)’에서 8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이 다리는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의 보급로 역할을 해 온 곳이라 향후 러시아군 전력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크림대교 열차 폭발… 우크라 작전일까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크림대교 폭발 사고는 이날 오전 6시 즈음 열차가 다리를 건너던 도중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폭발음이 수㎞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다고 증언했다. 폭발 직후 크림반도 주민들이 연료 부족을 우려해 주유소로 몰려들었다는 보고도 잇따랐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크림반도 지역 철도공사 관계자를 인용해 화물열차 후단에 달린 연료 저장 탱크에 불이 붙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리 아래로 선박이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에는 피해가 없어, 케르치해협 일대 선박 운항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다리 위 열차가 멈춘 채로 시뻘건 불과 검은 연기에 휩싸인 모습이 영상으로 올라왔다. 불이 옆으로 번지면서 객차 여러 대가 불타는 모습이 확인된다. 철도 교량과 평행하게 세워진 도로 교량 일부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로 교량은 양방향 차량 통행이 중단된 상태다.

사고 원인은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크림반도, 크림대표,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불법적인 모든 것은 파괴되어야 하고, 도난당한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로 반환돼야 하며, 러시아에 속한 모든 것은 추방돼야 한다”는 글을 올려 우크라이나군 작전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가디언도 이번 폭발이 우발적 사고가 아닌 다리 파괴를 겨냥한 고의적 공격일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도로 붕괴 부위가 비교적 깨끗하게 절단된 상태인 점에 비춰 미사일보다는 폭탄 등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크림대교를 파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또 다시 굴욕당한 푸틴… 러시아군 보급로 끊길 위기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8일 오전 거대한 폭발이 발생해 다리 위를 지나던 열차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8일 오전 거대한 폭발이 발생해 다리 위를 지나던 열차가 불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케르치해협을 가로지르는 크림대교 건설에 착수했다. 2018년 도로 교량이 개통됐고, 2020년에는 열차 교량도 완공됐다. 총길이 19km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다. 건설비로 수조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크림대교는 막대한 정치적ㆍ군사적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상징물이자 크림반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고히 다지는 기반이 돼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도 크림대교를 타고 크림반도로 건너가 흑해 해변에서 여름철 휴양을 즐겼다.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반도와 크림대교는 자존심이나 다름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는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남부로 병력과 군수 물자를 실어 나르는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 왔다. 다리가 끊기거나 막히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따라 동서로 뻗은 점령지 육로 회랑을 통해 물자를 공급받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시간이 더 걸릴 뿐 아니라 수송 도중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

호주군 퇴역 장군 출신 군사 분석가 믹 라이언은 “이번 사건은 우크라이나군이 단기간에 크림반도를 되찾기 위한 계획의 일부일 수도 있고, 다른 전선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속임수 작전의 일부일 수도 있다”고 추측하면서 “어느 쪽이든 러시아군에는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에서 잇따라 영토 수복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서방 군사당국에선 “크림반도를 탈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70번째 생일을 맞은 지 하루 만에 크림대교 폭발이 발생했다”며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잇따라 패배하며 러시아 내부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굴욕을 겪게 됐다”고 평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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