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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논란, 왜 게임 유저들이 가장 화났을까[게임연구소]

입력
2022.10.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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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에 기름 부은 트위치 '화질제한'
게임 본질이 '직접 하기'에서 '보기'로
화질 떨어지면 게임 보기에 큰 타격
클라우드 게임도 망사용료 논란 불씨

아마존의 게임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트위치의 로고. 도쿄=AFP 연합뉴스

아마존의 게임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트위치의 로고. 도쿄=AFP 연합뉴스

이번 국정감사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망사용료 논란'이다. 망사용료를 여러 가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대체로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가 KT와 같은 등 통신 사업자(ISP)에 인터넷을 이용한 대가로 내는 요금을 가리킨다.

사람들이 TV·라디오·신문을 멀리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기 시작한 이후,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이 높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해외 CP에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시도는 정보통신(ICT) 업계의 오랜 현안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동안 업계 바깥에선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글로벌 CP와 국내 통신3사(ISP)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졌을 뿐, 일반 이용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망사용료 논란에 민감한 게임 유저들

그러나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아마존 계열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지난달 30일 국내에서만 방송 영상의 최대 화질을 풀HD(1080p)에서 HD(720p)로 제한하면서부터다. 망사용료 논란이 대중이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망사용료 논란에서 가장 분노하고 있는 것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이용자가 아닌 게이머들, 즉 게임의 주 이용자층인 2030세대다. 최근 통신사업자연합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관계자가 "(유튜버 등이) 선량한 국민들, 특히 2030 남성분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안"이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망사용료 논란은 게임업계의 현재, 그리고 미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직접 게임을 하는 것만큼 '게임을 보는' 이용자가 많아진 현상, 게임업계의 미래라 불리는 '클라우드 게임'을 제쳐놓고 망사용료 논란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 이제 보면서 즐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전용 경기장 '롤파크'의 원형 경기장 'LCK 아레나' 전경. 라이엇게임즈 제공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전용 경기장 '롤파크'의 원형 경기장 'LCK 아레나' 전경. 라이엇게임즈 제공

사실 '보는 게임'의 역사는 50월, 100원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던 과거의 '오락실'에서 시작했다. '철권3' 같은 격투게임에서 이른바 '고수'가 나타나면 오락실 손님들은 고수의 등 뒤에 모여 자신의 실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웠던 실력을 숨죽여 바라봤다. 돈이 없어도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구경하거나 훈수를 두며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의 돌풍 이후, 게임은 직접 하는 것만큼 보는 것 역시나 중요한 활동이 됐다. 'e스포츠'가 바둑·장기 등의 아성을 넘어섰고, 게임 전문 방송이 잇달아 등장하기도 했다. 오락실에서 고수의 플레이를 구경하던 군중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세계 대회 결승전을 함께 보는 대규모 관중으로 바뀌었다. 올해 4월 열린 '2022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은 동시시청자 517만 명을 기록했는데, 이중 80%가 해외 시청자였다.

이후 게임 스트리밍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 보기'는 '게임 하기'보다 더 중요한 여가 활동이 됐다. e스포츠와 달리, 게임 스트리밍은 방송 진행자가 게임을 실시간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친구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훈수 두던 경험의 연장선이다. 게임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거나 강력한 몬스터에게 수십 번 죽는 것을 반복하며 좌절하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2차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전세계 게임스트리밍 시청자는 2020년 6억6,200만 명에서 올해 9억2,100만 명으로 39%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14억1,200만 명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트위치의 일일이용자만 3,100만 명에 이른다. 게임을 방송하는 스트리머들 또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국내외 게임업계도 게임스트리밍 시장의 1인 미디어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위치의 화질 제한 "아이맥스 영화, 스마트폰으로 보는 꼴"

트위치가 9월28일 갑작스럽게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추겠다고 공지했다. 트위치 캡처

트위치가 9월28일 갑작스럽게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추겠다고 공지했다. 트위치 캡처

남이 게임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뭐가 재미있을까 싶지만, 게임 스트리밍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비용이 커졌다. 최신 트리플A급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 위해선 100만 원 이상 고가의 컴퓨터(PC)가 필요한 데다, 콘솔게임기 가격도 수십 만원에 달한다. 신규 게임 타이틀의 가격 또한 약 6, 7만 원선에 형성돼있다. 게임의 주요 이용연령층이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10~20대로선 부담되는 가격이다.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층의 증가도 스트리밍 시장이 확대되는 데 한몫했다. 출시되는 모든 게임을 다 해볼 만큼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게임을 보는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보는 게임'이 대중화된 가장 큰 원인은 게임의 '영상콘텐츠'화에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영화' 같은 게임이 여럿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얼굴 모델링을 제공하고 더빙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 드라마 '한니발'의 주연 매즈 미켈슨이 출연한 오픈월드 게임 '데스 스트랜딩', 키아누 리브스가 등장하는 '사이버펑크 2077' 등은 영화에 버금가는 뛰어난 스토리의 흡입력으로 각각 500만 장과 2,000만 장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영상 유통이 본격적으로 기존의 문자 기반 리터러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문화적 변화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을 위해 노하우, 공략, 커맨드 등을 확보하려는 Z세대에센 텍스트보다 영상이 더 가까운 수단"이라며 "이것이 보는 게임의 성장세를 이끄는 동력의 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망사용료 논란에서 게이머들의 분노도 여기에서 촉발됐다. 게임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트위치의 화질 제한은 전용관에서 봐야하는 아이맥스(IMAX)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트위치가 '여론전'을 위해 화질을 고의로 낮췄다는 비판이 일면서도, 여론이 해외 CP를 옹호하는 쪽으로 기울었을 정도로 그 파급력은 컸다. 그만큼 게임을 보는 문화가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게임의 미래 '클라우드 게임', 망사용료와 무관하지 않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이 지난 2019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타디아'를 발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이 지난 2019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의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스타디아'를 발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망사용료 논란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하는 게임'의 미래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의 미래를 '클라우드 게임'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클라우드란 데이터를 사용자 개인 단말기가 아니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서버에 저장해 인터넷 접속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클라우드 게임 역시 게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을 스트리밍 회사가 자체 서버에 보유하므로 사용자는 게임을 내려받아 설치할 필요도,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비싼 콘솔을 구매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기기만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보기 위해 파일을 내려받을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클라우드 게임이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이 2019년 11월 내놓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지난달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게임업의 미래가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평가다. 클라우드 게임의 생태계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LG 스마트TV 일부가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삼성은 올해 출시된 최신 스마트TV 모델에서 '엑스박스 게임패스' 등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영상 플랫폼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요구하는 만큼, 이번에 망사용료 관련 입법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비슷한 논란이 언젠가 재점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면 되는 영상과 달리 게임은 사용자의 버튼 입력이 서버로 들어갔다가 그 결과를 계산해 사용자의 기기로 되돌려주는 작업을 추가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풀HD 화질로 한 시간가량 즐겼을 경우 약 5GB 정도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게임업계와 국내 통신사와 갈등이 발생한 적 있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누적 판매량 1억5,000만 장을 넘긴 오픈월드 게임 'GTA5'를 무료로 배포했는데, 통신사 측은 이 게임이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다고 주장하면서 에픽게임즈에 이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하면서 논란이 됐다.

만약 CP에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이번 논란이 종결될 경우 그 부담은 게이머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등 해당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망사용료 논란을 단순히 국내 통신사와 해외 CP의 갈등이 아닌 콘텐츠업계, 특히 게이머의 시선에서 한 번쯤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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