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 음모"vs "추가 제재"...히잡 시위 놓고 미국 ·이란 난타전

알림

"미국 음모"vs "추가 제재"...히잡 시위 놓고 미국·이란 난타전

입력
2022.10.04 19:30
수정
2022.10.04 20:03
17면
0 0

하메네이 “폭동과 불안정, 미국이 배후 조종”
바이든 “평화 시위대 폭력·탄압… 책임져야”
미국·이란 새 갈등 이슈로...핵합의 협상도 암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한다는 유가 상승 대응 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6개월간 하루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한다는 유가 상승 대응 방안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란에서 확산 중인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가 미국과 이란의 새 분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을 시위 배후로 지목하자, 미국이 곧바로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를 예고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이 문제로 대치하면서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도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히잡 시위 책임 놓고 서로 설전


포문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먼저 열었다. 그는 3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군 사관학교 합동 졸업식 행사에서 "지금의 폭동과 불안정은 미국과 가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그들로부터 돈을 받는 자들과 일부 이란인 반역자들이 조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진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시위를 조장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음모를 꾸민 적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란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참가하며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부로 돌린 것이다. 이슬람 교리에 의한 지배를 강조하는 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미국 배후설' 주장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십 년간 이란 정권은 자국민의 근본적인 자유를 부정했으며 협박과 강압, 폭력으로 열망을 억압해왔다"며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직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그는 "풍속 경찰을 포함해 시민 사회를 탄압하기 위해 폭력을 쓰는 관리와 기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금주 평화로운 시위대에 폭력을 쓰는 가해자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여성에 대한 학대, 폭력 등을 이유로 이란의 풍속 단속 경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 이은 추가 조치를 시사한 것이다.

핵합의 협상판도 깨질 듯...시위 사망자 133명 추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가 3일 수도 테헤란에서 군 사관학교 합동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가 3일 수도 테헤란에서 군 사관학교 합동 졸업식에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히잡 의문사' 시위 책임을 놓고 미국과 이란의 최고 지도자가 설전을 벌이자, 미국과 서방, 이란이 논의 중인 '이란 핵 합의' 협상판이 아예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미국 등과 핵 합의 논의를 진전시킬 여유가 없고, 미국과 서방도 국민을 탄압하는 이란 정부와 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란 전역으로 번진 이번 시위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서 비롯했다. 지난달 13일 가족들과 함께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은 아미니는 머리카락이 보이게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가 사흘 만에 의문사했다. 진상 규명과 강제 히잡 착용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는 이내 '종교 독재'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시위에 나섰다 목숨을 잃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가 있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최소 133명이 이번 시위와 관련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