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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文 서면조사 절차대로" 항변…정치적 논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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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文 서면조사 절차대로" 항변…정치적 논란은 여전

입력
2022.10.03 18:00
수정
2022.10.03 19:17
3면
0 0

"감사원법상 前 대통령 협조 요청 가능"
노태우·김영삼 등 질문서 전달 사례도
'서해 피격' 文 조사 필요성 여전한 의문
"14일 감사 종료… 위법 사항은 수사요청"

박범계(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절차대로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한 것을 놓고 반발이 일자 감사원이 3일 내놓은 해명이다. 감사원은 "필요한 경우 전직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발부한다"며 "전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 측과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보복'이라고 강력 규탄하자 항변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서해 피격 사건 관련) 사실관계 확인 등이 필요해 문 전 대통령에게 질문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질문서는 지난달 28일 최재해 감사원장이 결재했고, 같은 날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로 질문서 방문 전달 의사를 표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에 구두로 수령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절차대로 했다" 근거는 감사원법 50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하면 전직 대통령에게 감사원장 명의 질문서를 발부한다"는 게 감사원 입장이다. 근거로는 감사원법 50조를 들었다. '감사원은 필요한 경우 감사대상 기관 외의 자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거나 출석해 답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퇴직 공무원은 물론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도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감사원법상 직무감찰대상은 현직 공무원 등에 한정돼 있지만, 조사에 필요한 경우 예외가 인정되는 셈이다. 위법 정황이 확인된다면 고발조치도 가능하다. 다만 예외인 만큼 '요구는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노태우·김영삼도 질문서 받아 회신"

감사원은 과거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질문서 작성이 수차례 있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1993년 노태우 전 대통령(율곡사업 감사) △1998년 김영삼 전 대통령(외환위기 감사) △2017년 이명박 전 대통령(4대강 감사)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국방 관련 비공개 사안)을 상대로 질문서를 만들어 보냈다는 것이다. 이외에 1993년 전두환 전 대통령(평화의댐 감사)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요청한 사례도 있다.

감사원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 시도 사례. 그래픽=김대훈 기자

감사원 전직 대통령 서면조사 시도 사례.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 중 질문서를 수령하고, 회신에도 응한 것은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다만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감찰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고,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감사원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대신 대국민 해명서를 별도로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책임을 느낀다"는 원론적 내용 위주의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반면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기존에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감사결과를 정리했다.

文 조사 필요한가…의문 여전

과거 사례처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서해 피격 사건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고 청와대가 '월북' 판단을 내리는 데 전반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지만, 문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의혹이 뚜렷하게 공개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절차상 의문도 남는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 닷새 전인 23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핵심 고위급 조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 전 대통령을 겨누는 무리수를 뒀다는 의심이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착수 당시부터 비등했던 '표적 감사' 논란에 기름을 붓고 스스로 감사 결과를 정치화시킬 우려를 남긴 셈이다.

감사원이 '조사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평가는 감사 결과 발표 내용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달 14일 실지감사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중대한 위법사항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선 감사 종료 시점에 수사요청하고, 내용을 알리겠다"고 예고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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