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이용 2년, 3년 대기 또 대기…통곡의 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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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이용 2년, 3년 대기 또 대기…통곡의 좁은 문

입력
2022.10.04 04:30
수정
2022.10.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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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1>골든타임을 놓치다
본보, 광역지자체 발달장애 가정 설문조사
"5년 대기했다가 1년 이용하고 또 대기"
세종·서울·대구 등 대부분 1년 넘게 대기
사설기관은 비싸 복지관 수요 높은데도
대다수 발달장애인 배제돼 갈 곳이 없고
사회성 기를 조기개입 기회 차단돼 악화


편집자주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자체별로 발달장애인 인프라를 설문조사했습니다. 복지관, 의료기관 등의 엄청난 대기기간, 막대한 치료비용, 특수학교를 찾아 떠돌아야 하는 비극 등 그 열악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국 1,071명의 발달장애인 가족이 응해준 그 결과, 4회에 걸쳐 총 12개 기사와 인터랙티브로 찾아갑니다.


서울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 푸르메센터 3층 외벽에 발달장애인들의 즐거운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일보가 발달장애인 가정에 돌린 설문지는, 절망과 분노로 가득 채워져 기자들 손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한 부모는 써놓았다. "복지관에 대기를 초등학교 저학년(1학년) 때 해도 대기자가 많아 초등학교 졸업할 나이가 됩니다. 시작하더라도 몇 개월밖에(연령 제한) 못 다닌다고 해서 포기했어요." 인천지역의 부모도 절규했다. "만약 전국에 수험생이 1,000명인데 대학 정원은 100명이라면 난리가 날 것입니다. 내년에 아이가 성인인데 갈 곳도, 할 일도 없습니다."

경남도 다르지 않았다. "복지관 인지 수업은 5년 만에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형평성을 위해 이 또한 1년 만에 끝나고 다시 대기를 해야 합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은 자극을 주고 싶으나 힘드네요."

발달장애인 가정들이 처한 지옥 같은 현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인프라 부족의 실태가 제대로 분석된 적이 없다. 한국일보 마이너리티팀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인프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각 지자체별로 최소 30명 이상, 총 1,071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17개 지자체 중 9개 지자체에서 복지관 수업을 듣기 위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년 이상을 대기했다. 3년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복지관은 직업재활, 의료재활, 교육 등 장애인의 지역사회생활에 필요한 종합적인 재활서비스 제공 등을 수행하는 시설이다. 지방이양사업이라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대개 민간위탁을 준다. 현재 전국 복지관은 250여 개이며, 발달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발달장애는 어린 나이에 개입, 교정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을수록 사회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예 그 기회 자체를 얻기 힘들어 더욱 악화되며, 그 짐은 가정을 짓누르고 있었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발달장애인의 1년 이상 복지관 대기 비율이 높은 상위 3곳. 그래픽=송정근 기자


①복지관 이용, 대부분 1년 이상 대기

"오전에는 자리가 몇 개 있는데, 오후 수업은 언제부터 가능할지 몰라요. 기다리셔야 하는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답을 드리기가 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격려했던 서울 강남의 충현복지관에 취재진이 '발달재활서비스'(만 18세 미만 언어재활, 인지재활, 미술재활) 등록을 문의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발달장애 영·유아, 아동들은 보통 복지관에서 다양한 종류의 재활치료를 받는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 다니면, 오후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자리가 없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이런 복지관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거의 무한 대기해야 한다. 서재훈 기자

공급 부족은 어마어마하다. 서울·부산·대구·대전·울산·경기·충남·제주·세종에서 복지관 이용 경험이 있거나 이용 신청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1년 이상을 대기했거나 대기 중이라고 답했다. 1년 이상 대기자가 많은 지역은 세종(66.6%), 서울(63.4%), 대구(59.2%), 제주(57.5%), 대전(57.4%) 경기(55.7%), 울산(55.5%) 순이었다. 3년 이상 대기자가 많은 지역은 세종(28.2%), 서울(23.2%), 경기(22.7%), 인천·울산(19.4%)이었다.

등록 발달장애인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5만5,000명에 이른다. 2010년 17만6,000명에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복지관 일부 프로그램은 등록 장애인이 아니어도, 병원 진단서 등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은 더 치열하다. 최초 장애 등록 평균 연령은 자폐성 7.1세, 지적장애인은 19.3세이다.

이번 설문은 응답자 수가 지역별 인구에 비례하지 않은 관계로, 전국 평균은 내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 푸르메센터에 발달장애인들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그림이 장식돼 있다. 배우한 기자


②울산과 광주의 차이는

열악하지 않은 지역이 없었지만, 지역별 차이도 상당했다. 서울·경기의 경우 전국 등록 발달장애인의 3분의 1 이상(35.5%)이 거주하는 만큼 복지관 대기가 상대적으로 길었다. 그러나 인구와 무관하게 발달장애인이 유독 복지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들이 있었다.

세종은 1,400명의 발달장애인이 등록돼 있는데, 장애인복지관이 단 한 곳(분관 포함하면 2곳)뿐이다. 세종의 발달장애아 부모는 설문조사에서 "복지관은 대기가 너무 길고, 그마저도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기다려야 한다"며 "제때 치료가 필요한데도 정작 치료를 받지 못해 아이는 다시 퇴행이 온다"고 호소했다.


17개 광역지자체별 발달장애인이 복지관 이용을 위해 1년 이상, 3년 이상 대기한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세종시 관계자는 "내년에 장애인 복지관이 포함된 종합복지센터가 준공 예정"이라면서 "관련 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세종 다음으로 등록 발달장애인 수가 적은 제주(4,200명) 역시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은 3곳에 불과하다 보니 오래 기다려야 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제주는 올해 12월 발달장애인전문 복지관을 열 예정이다.

1년 이상 대기기간이 절반이 안 되는 곳은 대체로 인구밀도가 낮은 도(道) 지역이었으나 인천(42%)·광주(33.4%)도 포함됐다. 울산은 6개 광역시 중 발달장애인 등록자 수(5,300명)가 가장 적었으나 1년 이상 대기기간은 대구·대전 다음으로 길었다. 광역시 중 1년 이상 대기기간이 가장 낮은 광주(등록 발달장애인 8,300명)는 7곳의 복지관이 행정구역(5개 구)마다 고르게 위치한 반면 울산(4개 구, 1개 군)은 4곳밖에 없다는 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울산 남·북구에는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이 아예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내년 2월 중 울산 북구에 장애인 복지관이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대구(1만2,000명)와 인천(1만3,000명)도 발달장애인 수가 비슷했으나 인천은 9개의 복지관이 있는 반면, 대구는 6개에 불과했다. 광역시 중 대구가 대기기간이 가장 긴 이유로 보인다. 대전(8,000명)은 복지관이 총 8개였으나, 시각·청각 등 다른 장애에 특화된 복지관들이 있어서 발달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대구와 마찬가지로 6곳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재활치료실이 늘어서 있는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복도. 이곳의 재활치료비는 회당 9,000원에서 3만 원 안팎이다. 사설 치료센터의 치료비는 기본 4만~5만 원 선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최나실 기자


③사설기관의 문턱 역시 높아

복지관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재활치료센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이다. 1회 수업에 대체로 7,000원~3만 원 정도가 드는 복지관과 달리 사설기관은 한 타임(40~60분)에 보통 4만~5만 원 정도이며, 수업 종류에 따라 15만원 이상도 상당하다.

또 입소문이 난 곳은 복지관 못지않게 긴 대기가 필요하다. 설기관을 이용하는 데도 1년 이상 기다렸다는 답변은 울산(30.9%)과 서울(25.7%), 경기(22.6%), 세종(21%) 순으로 많았다. 3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곳은 대전(8.5%), 경기(8.3%), 세종(7.9%), 서울(7.3%) 순으로 비슷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한 청소년이 사설 치료실에서 수수깡을 이용한 작업치료를 하는 모습. 그의 부모는 “복지관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가기 전에도 1년 넘게 기다렸지만 다음 순번 대기자가 있어 그마저도 몇 개월 이용하면 끝이다”라고 토로했다. 4세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아들을 위한 맞춤 수업도 찾기 어렵다. 부모 제공

경기지역에서 지적장애아를 키우는 민경아(가명·34)씨는 "어떤 기준으로 아이를 받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해당 센터에서 다른 특강을 먼저 듣는다면 우선권이 주어진다고 해서 이를 노리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김유민(가명·33)씨는 "엄마들끼리 어디가 좋다더라, 어디서 말이 트였다더라 등 만나면 그 얘기만 한다"라면서 "유명하다면 서울이고 지역이고 가리지 않고 무조건 간다"고 했다.

대도시에 비해 복지관 대기기간이 덜한 비도시 지역은 사설기관이 드물고, 서비스의 질이 높지 않다는 불만이 많았다. 충남의 한 응답자는 "농어촌 지역은 사설기관도 없고 정부운영기관도 아주 적어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을 제때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사설기관은) 돈 되는 지역에만 몰리고 지방에는 오지 않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강원 원주의 자폐아동 엄마 최예현(가명)씨는 "지역에 ABA(응용행동분석)치료센터가 드물다 보니 같은 특수학교 학부모 중 한 명이 배워 주변에도 알려주곤 했다"며, 각자도생의 현실을 전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내 언어치료실. 이곳 언어치료비는 회당 1만1,000원(30분)으로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개발원·서울대 연구에 따르면 언어재활 서비스 평균단가는 1회당 4만 원이다. 최나실 기자


④발달장애 가족은 아파도, 다쳐도 안 된다?

설문의 마지막 '하고 싶은 말' 부분. 그곳에 많이 등장한 울분 중엔 "부모가 아파도 단기간조차 맡길 곳이 없다"는 토로가 많았다.

"몸이 아파 119를 타고 갈 때도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는 형편입니다. 아이를 긴급시 맡길 수 있는 긴급 지원센터 꼭 만들어 주세요"(경남), "저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데 공황장애가 있다 보니, 새벽에 갑자기 발작이 와서 병원에 가야 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그냥 두고 갈 수밖에 없어서, 너무 걱정이 됩니다. 긴급 돌봄 시설이 제발 마련됐으면 좋겠어요"(울산) 등이었다.

경남 김해의 발달장애 청소년 구승재(17·가명)군의 어머니 김모(49)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성인이면 부모는 이미 노인이고, 가족 사이에서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잖아요. 부모 중에 한 명이 다친다거나"라며 긴급 돌봄시설의 절실함을 이야기했다. 일부 복지관 등에서 경조사 등 일이 생기면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의 긴급돌봄사업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서울의 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다니는 청년들과 교사들이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학령기가 지난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다. 2017년 서울연구원 전수조사에 따르면, 성인 발달장애인의 40%는 낮 동안 집에만 머물렀다. 그나마 서울시는 25개 전 자치구(중구는 예정)에 평생교육센터 하나씩은 둔 상태지만, 부산시만 해도 올해 3월에야 첫 센터가 개소했다. 최나실 기자

보건복지부는 내년 4월부터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서비스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다듬는 단계다.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관계자는 "지금은 초안을 만드는 중이라 최대한 빨리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랙티브 바로가기: 클릭하시면 1,071명 설문조사 결과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주소(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disability/)를 복사해서 검색창에 입력해주세요.

◆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1>골든타임을 놓치다

<2>인프라 찾아 떠돈다

<3>밑빠진 독에 돈붓기

<4>인력 공급, 양과 질 놓치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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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명, 발달장애를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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