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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선교사들도 단맛에 반했다… 키위 원조 '토종다래' 화려한 귀환

입력
2022.10.04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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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특산물] <37> 영월 '토종다래'
서양 선교사들이 뉴질랜드 가져가 키위로 개량
전국 다래 재배면적 60㏊... 강원에서만 43㏊
크기 작아 한입에 쏙 먹기 좋아... 당도도 높아
유통·선별 과정 까다로워 다양한 상품화 시급

곽미옥 샘말농원 대표가 지난달 26일 강원 영월군 산솔면에서 재배 중인 토종다래를 살펴보며 설명을 하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곽미옥 샘말농원 대표가 지난달 26일 강원 영월군 산솔면에서 재배 중인 토종다래를 살펴보며 설명을 하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다래과 과일인 키위는 뉴질랜드가 주산지다. 그런데 키위는 20세기 초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의 ‘양도(揚桃)’와 한국의 ‘다래’를 뉴질랜드에 가져가 품종을 개량하면서 전 세계에 보급됐다. 굳이 키위 원산지를 따지자면 우리나라와 중국인 셈이다.

고려가요 ‘청산별곡’, ‘강원도아리랑’, ‘동의보감’ 등에도 등장하는 다래는 과거엔 흔히 접할 수 있는 과일이었다. 하지만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수들의 품종이 개량된 데다, 해외에서 바나나와 오렌지가 쏟아져 들어오고 키위까지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다래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토종다래가 다시 돌아왔다. 국내 대표 재배지역인 강원 영월을 찾아 수확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산에서 따먹던 그 다래, 다시 각광

토종다래는 길이가 3㎝ 안팎의 원통형으로 대추, 올리브, 포도알처럼 작다.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토종다래는 길이가 3㎝ 안팎의 원통형으로 대추, 올리브, 포도알처럼 작다.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토종다래 재배농가가 급증한 이유는 상품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국 토종다래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60헥타르(㏊)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서늘한 기후와 배수 토양으로 다래 재배에 유리한 강원도의 재배면적은 43㏊에 달해, 전국 생산량의 77%인 67톤을 수확하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농기원)은 1999년부터 토종작물 육성을 위해 다래 품종과 재배·가공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해왔다. 현재 수확시기와 용도별로 ‘청산’, ‘그린엣지’, ‘그린하트’ 등 10개 품종이 있다. 정햇님 농기원 연구사는 “다래의 맛과 영양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어났고 재배농가도 덩달아 증가했다”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0㏊ 이상 재배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찾은 강원 영월군 산솔면의 가파른 산비탈에도 제철을 맞은 초록색 다래가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다래는 길이 3㎝ 안팎의 타원형으로 무게가 4~20g 정도다. 키위보다 크기가 작지만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난다. 겉으로 보면 대추나 포도, 샤인머스캣, 올리브와 닮았다. 2008년부터 14년간 영월에서 다래를 재배해온 곽미옥(63) 샘말농원 대표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잘 모르지만, 중장년 세대만 해도 산에서 따먹곤 했던 ‘향수 과일’이다"며 “크기가 작고 표피에 털이 없어 통째로 한입에 먹기 좋다”고 말했다.

키위의 원조인 다래는 외관상 대추, 올리브, 포도 등과 닮았다.

키위의 원조인 다래는 외관상 대추, 올리브, 포도 등과 닮았다.

맛과 영양도 뛰어나다. 다래의 맛은 키위처럼 새콤달콤하지만 훨씬 달다. 키위 당도가 보통 12브릭스(Brix·1브릭스=100g에 당 1g 포함)라면 다래는 18브릭스가 넘는다. 수확 후 먹기 좋은 상태로 익으면 20브릭스를 훌쩍 넘어 샤인머스캣 당도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비타민C 함량도 키위보다 3배 이상 높다. 비타민A와 B5, 식이섬유 등도 풍부해 노화방지와 염증억제 등의 효과가 크다.

손으로 만지면 금세 갈변…다양한 상품화

26일 강원 영월군 산솔면 산비탈에 있는 다래나무에 다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26일 강원 영월군 산솔면 산비탈에 있는 다래나무에 다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다래는 수확과 유통 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9월에서 10월 중순이 수확철인 다래는 씨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면, 따서 말랑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먹거나, 열매를 손으로 만져봐서 말랑하면 딴다. 열매가 익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일일이 직접 손으로 따야 한다.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씨의 색깔로 판단해 일찍 수확하면 익는 시기가 너무 길어지고 당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당도가 높을 때 수확하면 저장기간이 짧아져 운반과 선별 등 유통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수확할 때 살짝 만지기만 해도 금세 표피가 긁히거나 갈변한다. 아무리 맛이 좋더라도 색이 검게 변하거나 상처가 나면 상품가치가 확 떨어진다. 곽 대표는 “다래를 수확할 때는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끼고 최대한 열매가 상하지 않도록 줄기를 잘라 옮긴 뒤 열매를 떼낸다”며 “상처가 쉽게 나기 때문에 유통과 운반 과정에서 다래가 눌리거나 뭉개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토종다래를 활용한 잼, 분말, 젤리스틱 등 다양한 가공품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토종다래를 활용한 잼, 분말, 젤리스틱 등 다양한 가공품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제공

농기원에선 수확할 때의 어려움 때문에 다래를 이용한 가공품 생산을 적극 추진 중이다. 재배농가들도 다래를 이용해 잼과 분말, 젤리스틱, 와인, 효소, 초콜릿 등 다양한 가공품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곽 대표를 비롯해 영월에선 다래 재배농가 28명이 참여해 2015년 ‘영월토종다래연구회’를 결성해 농기원과 함께 다래 가공품 연구 개발에 나섰다. 영월 지역 초등학교와 연계해 다래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다래를 즐겨 먹었던 조선시대 임금 단종의 진상제례 행사도 매년 개최 중이다.

원재희 농기원 원예연구과장은 “다래 재배농가들이 선호하는 우수 신품종을 조기에 보급하고, 효율적인 지원으로 농업인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강원 다래 브랜드가 역사 속 토종 과일의 명성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월=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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