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만나면 협치, 돌아서면 정쟁···'양두구육' 정치권

알림

만나면 협치, 돌아서면 정쟁···'양두구육' 정치권

입력
2022.09.24 10:00
4면
0 0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김진표 의장을 비롯한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김 의장(왼쪽 세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김진표 의장을 비롯한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단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김 의장(왼쪽 세 번째)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여야 지도부까지 나서 공언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 있다. 바로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

'여야 중진협의체', '여야정 협의기구', '고위급, 실무진 협의체' '공통공약 기구' 등 그동안 거론된 형식은 다채롭고 취지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엔 여야 모두 몇 달째 손을 놓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국민 앞에 내놓은 말의 무게가 이렇게 가벼워서 되겠느냐'는 자조가 흘러나온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은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언이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도 '협치'를 위한 존중은 안중에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회동 단골메뉴 '협치'

'협치'는 정치권 주요 회동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지난달 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과 만찬에서 '여야 중진협의체'를 직접 제안했다. 팬덤 정치의 영향으로 정치가 극단화하고 경험 많은 중진들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을 정치 후진성의 원인으로 진단하면서다. 김 의장이 "여야 중진협의회에서 숙의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권고안을 제시하면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참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중진협의체는 2014년 2월 제정된 국회 규정에 설치 근거가 담겨 있어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기구를 띄울 수 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 세계지식포럼 개막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새로 선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여야 공통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협의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 총리는 "국회와 정부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협의체까지 만들어 상설적으로 움직여 보자는 생각"이라며 고위급과 더불어 실무진 협의기구도 제안했다. 민주당도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난 대선에서 나온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공약 중 공통된 것을 이행할 '공통공약 기구 설치'를 수차례 제안한 바 있다.

여당 지도부도 적극 호응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이던 지난달 22일 "정치가 되살아날 좋은 기회"라며 "여야 중진협의체 가동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지난 14일 비대위 첫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 가동하자"고 거들었다.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접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접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여야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준비? "없다"

여야정 모두 '협치'에 이견이 없는 듯보이지만, 협의체를 구성할 실무적인 논의는 아직까지 전무하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는 '물밑에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진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협치를 위한 기초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사이, 여야 간 전쟁터를 방불케 할 국정감사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협치의 '골든타임'을 허비한 셈이다.

개혁과 민생, 악화된 대외 경제 환경 등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여야는 극한 대립을 이어 가는 중이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를 각각 국감 증인으로 검토하면서 정기국회는 ‘대선 연장전’으로 이어질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여야가 지금껏 지켜 왔던 선을 넘고 있다"며 "정치의 실종"이라고 꼬집었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며 타협하고 조정하는 게 정치다. 만나면 협치를 외치고, 돌아서면 정쟁을 일삼는다면 저잣거리 '양두구육(羊頭狗肉)' 장사꾼과 다를 게 무엇인가.

박재연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