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과 인터뷰
"수복 지역서 러 전쟁범죄 증거 확인"
다음주 유엔총회서 화상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며 대반격에 성공했지만 아직 전세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의 끝에 대해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특정 다른 나라의 (군사지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거나 앞으로 미칠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 승리를 위해 서방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호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린 튀르키예(터키),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도움을 받길 원한다"며 "아랍 국가와 아시아에서 더 많은 도움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되찾은 지역에서 드러난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수복한 하르키우주에서) 죽어서 땅에 묻힌 사람은 오늘 기준으로 450명"이라며 "하지만 따로 매장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반년 만에 되찾은 하르키우주의 도시 이지움과 바라클리아 등지에서는 집단매장지와 고문실이 발견돼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의혹이 제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부 (전쟁 범죄) 증거가 있고 국내외적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세계가 이를 아는 건 우리한테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지움 서북쪽 외곽에서 발견된 시신 최소 450구의 집단 매장지를 발굴한 결과 많은 시신의 목에 밧줄이 감겨 있고 손이 묶인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를 고문의 흔적으로 보고 있고, 매장된 시신 대부분은 민간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살해 의혹을 부인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지움에 현장 조사팀 파견을 추진 중이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77차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한다. 각국 정상은 반드시 대면 연설을 해야 하지만 전쟁 중인 상황을 감안해 특별히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를 두고 대다수 서방 국가가 찬성한 가운데 러시아와 북한, 쿠바, 시리아 등 친러 국가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과 이란 등은 기권했다. 올해 유엔총회의 최대 화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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