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D4 개념 없다"… 安측 경찰에 고발
경찰, 기소의견 송치... 검찰은 무혐의 판단
검찰 "언론·학문 자유 폭넓게 인정될 필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재정정책 발언을 비판했다가 형사 고발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건을 놓고 경찰과 검찰이 180도 다른 판단을 내렸다. 경찰은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수사기관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고발 당시부터 공인에 대한 비판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컸던 터라 경찰의 유죄 의견을 검찰이 뒤집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지난달 9일 허위사실을 공표해 안 의원의 명예를 훼손(공직선거법 위반)했다며 이 연구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같은 달 31일 그를 불러 조사하고 사흘 만인 이달 2일 무혐의 처분했다.
14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유서 등을 보면, 검경은 △이 위원 발언의 공적 성격 △이 위원 스스로 발언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인지했는지 여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을 달리 했다.
이 사건은 올해 1월 국가부채 개념인 ‘D4(연금충당부채 포함)’를 놓고 두 사람이 논쟁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이던 안 의원은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가부채 유형 중 하나로 D4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가 D4 규모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D1(국가채무), D2(D1+공공기관 부채), D3(D2+공기업부채)는 국가부채 단위인데 안 후보가 존재하지 않는 D4 개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국민의당은 3월 안 의원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 주장을 했다며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5개월간 수사한 경찰은 이 연구위원의 발언이 안 후보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봤다. 반면 검찰은 공직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는 차원으로 이해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공직 후보자의 국가재정 정책 같은 공공적ㆍ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대한 언론ㆍ학문의 자유는 보다 넓게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불기소 이유서에 적시했다.
발언의 허위 인지 여부를 두고도 검경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D4 용어를 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연구위원도 경찰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인정한 만큼, “D4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발언이 허위사실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허위사실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D4 개념이 다른 국가부채 단위처럼 이론의 여지없이 널리 통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안 의원이 언급한 D1~D3 개념은 기획재정부가 사용하는 것으로, IMF에서 쓰는 용어와 다르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할 때는 복합적 요소를 고려하기 마련”이라며 “경찰 수사의 오류를 지적했다기보다 가치 판단 영역에서 두 기관의 의견이 달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