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트로피 갖고 고국 가게 돼 기뻐"
이정재 "스타워즈, 곧 좋은 소식 있을 것"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12일(현지시간)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호텔에선 '오징어 게임'에 출연했던 배우와 제작진이 감독과 주연 배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과 남우주연상 수상자 배우 이정재가 호텔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배우 오영수 박해수 정호연은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듯 기뻐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세 배우는 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깝게 이름이 불리지는 않았다.
비영어권 드라마에 수상을 허락하지 않던 콧대 높은 에미의 벽을 배우와 제작진이 힘을 합해 넘었다는 것. 이미 '원 팀'이 된 이들은 그 성공을 함께 기뻐하며 감사했다.
"한국 시청자 덕분입니다"
짧은 자축에 이어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내 오징어 게임 팀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거듭 공(功)을 돌렸다.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말하던 이정재는 소감 말미에 한국어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고, 기자간담회에서도 "진짜로, 항상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꼭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황 감독 생각도 같았다. 그는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관객들이 있는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며 보낸 세월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에미상 트로피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한 밤"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첫 공개 이후 "한 번도 꿈꿀 생각조차 못해 본 일"(정호연의 말)들을 현실로 만들어 온 오징어 게임 팀은 이번 에미상 시상식을 끝으로 1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황 감독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1년 사이에 일어났다"며 "그리고 그 피날레가 마침내 에미에서 이뤄진 것 같아 뜻깊다"고 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주요 내용.
-60년 가까이 연기생활을 한 만큼 기분도 남다를 것 같다.
(오영수) "골든글로브 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는 외부에서 오는 걸 받아들이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것을) 같이 공유하면서 거기에서 우리의 존재가치를 느끼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수상 소감에서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시즌2의 성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건가?
(황동혁) "비영어 시리즈가 에미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어쨌든 그들(에미상 측)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어 작품을 시상하는) 인터내셔널 에미가 따로 있는데, 프라임타임 에미 후보에 굳이 오징어 게임을 포함시킨 건 그들의 결정이다. 글로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라서, 그 의지를 계속 지켜가 달라고 한 것이다."
-비영어권 출신 배우로는 첫 남우주연상 수상이다.
(이정재) "연기자는 꼭 언어로만 표현하는 게 아니다. 언어가 다르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성기훈(이정재 역)을 통해 수상하며 증명한 것 같다.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메시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즌2는 시즌1과 무엇이 달라지나?
(황동혁) "성기훈이란 인물이 시즌1에선 실수를 많이 하고 순진무구하기도 한 인물이었는데, 시즌2에선 진중하고 무슨 일이라도 벌일 듯한 심각한 인물로 돌아온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또 시즌1과는 다른 게임들이 많이 등장할 것 같다."
-이번에 받지 못한 상 중에 시즌2로 노리는 부문이 있다면.
(황동혁) "작품상이다. 번번이 석세션(HBO 드라마 시리즈)에 밀려 작품상을 받지 못했는데, 오늘도 (시상자가) 'ㅅ'을 발음하길래 (오징어 게임의 영어 제목인 'Squid game'을 말하는 줄 알고) 혹시나 하며 일어나다가 다시 앉았다. (웃음) 상이란 게 욕심 낸다고 꼭 되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이번이 마지막 에미가 아니도록 노력해 보겠다."
-이정재가 스타워즈 시리즈 주연으로 캐스팅됐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정재) "스타워즈 출연은 너무도 극비라고 (제작사 월트디즈니 컴퍼니 측에서) 얘기를 했는데,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보도가 나와서 저도 많이 놀랐다. 아직은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뉴스가 있을 것 같다."
-1년의 대장정을 끝내는 소감은.
(황동혁) "올림픽도 아닌데 국가대표로 나온 것 같은 부담감이 항상 있었다.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기쁨을 드리면서 끝낼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불행하게도 여기 계신 세 분(오영수 박해수 정호연)을 시즌1에서 죽여버려서 후회가 되고, 다시 살려야 하나 생각도 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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