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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상징하던 여왕 서거… 동전부터 국가까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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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상징하던 여왕 서거… 동전부터 국가까지 바꿔야

입력
2022.09.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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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연방 14개국 곳곳 여왕 흔적
"교체에 상당한 시간 걸릴 것"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영국 파운드 지폐. AF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얼굴이 새겨진 영국 파운드 지폐. AFP 연합뉴스

70년 216일간 최장수 집권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8일(현지시간) 서거하기까지 ‘영국의 상징’ 그 자체로 군림했다. 그만큼 영국 내에는 화폐부터 국가, 왕실 문양까지 곳곳에 그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본토는 물론 전 세계 영연방 국가에 걸쳐있는 여왕의 상징물이 차기 국왕 찰스 3세의 것으로 교체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1952년 조지 6세가 숨지고 딸인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했을 때와 동일한 과정이 진행될 것(로버트 블랙번 런던 킹스칼리지 헌법 교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얼굴 그려진 화폐만 110조원어치

가장 먼저 교체가 예상되는 상징물은 공공기관에 내걸린 깃발이다. 경찰서나 소방서 등 관공서에 나부끼는 기치에는 엘리자베스 2세를 상징하는 문장과 영어 약자 ‘EIIR(Elizabeth Ⅱ Regina)’가 새겨져 있다. 각 군부대를 나타내는 깃발 ‘퀸스 컬러(Queen's Colour)’ 문양에도 왕실 휘장과 함께 금빛으로 장식된 EIIR이란 글자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독립 이후에도 영국 군주를 여전히 국가 수장으로 인정하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연방 14개 국가들은 각각 엘리자베스 2세 방문시 게양할 목적으로 특별히 만든 깃발이 있는데, 이것들도 모두 찰스 3세의 표식으로 바꿔야 한다. 가디언은 영국 군주가 가는 곳마다 내걸리는 왕실 깃발인 '로열 스탠더드(왕기·Royal Standard)'가 가장 먼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97년 9월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왕자가 사고로 숨진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장례행렬 뒤를 따라가고 있다. 다이애나비의 관이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로 덮여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1997년 9월 영국 런던에서 윌리엄 왕자가 사고로 숨진 어머니 다이애나비의 장례행렬 뒤를 따라가고 있다. 다이애나비의 관이 왕실 깃발 '로열 스탠더드'로 덮여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그려진 파운드화 지폐와 동전도 차츰 교체될 전망이다. 그가 즉위한 1952년까지만 해도 지폐에는 왕의 얼굴이 없었지만, 1960년 1파운드짜리에 엘리자베스 2세가 처음 등장했다.

현재 여왕 얼굴이 새겨진 채 유통되는 파운드 화폐는 총 80억 유로(약 110조3,000억 원) 규모다. 앞서 50파운드짜리 신권 발행 시 구권을 전부 회수하는 데에 16개월이 걸렸던 점에 비춰보면, 전체 화폐를 교체하는데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내다봤다.

캐나다 일부 지폐와 뉴질랜드 동전, 카리브해 8개국으로 구성된 동카리브해중앙은행(ECCB)가 발행한 모든 화폐에도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들어가 있다.

”여왕을 지켜 주소서” 국가 제목도

영국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는 ‘여왕(Queen)’에서 ‘왕(King)’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 노래는 1745년부터 국가로 사용됐으며, 초기에는 “위대한 우리 조지 왕을 지켜 주소서”라는 노랫말로 불렸다.

영국 성공회의 예배에 쓰이는 공식 기도서에는 여왕을 가리키는 여성형 영어 표현(her)이 등장하는데, 이를 남성형(his)으로 바꾸려면 의회 입법이나 왕실의 승인이 필요하다.

사자와 유니콘이 그려진 왕실 문장의 경우 정부 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크지 않은데다 비용 문제까지 있는 만큼 교체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우체통에 새겨진 여왕의 약자 ‘EIIR’ 혹은 ‘ER’ 역시 그대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왕인 조지 6세의 약자인 ‘GR’ 역시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부 우체통에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향후 발급되는 우표에는 새 왕의 얼굴이 들어가게 된다.

8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을 영국 국기 무늬가 그려진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걷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8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을 영국 국기 무늬가 그려진 우산을 쓴 시민들이 걷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왕실 지원업체를 인증하는 마크인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의 경우 엘리자베스 2세가 발급한 것만 600여 곳에 달하는데, 발급 주체인 여왕이 서거하면서 자격을 잃게 됐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필립공이 별세했을 때 그가 발급했던 로열 워런트에 2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선례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여왕’을 국가 수장으로 인정하는 영연방 14개국 중 이를 헌법에 못 박아놓은 나라들은 찰스 3세가 즉위하면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해 ‘여왕’이란 표현을 ‘왕’으로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영국 왕이 파푸아뉴기니나 솔로몬제도, 투발루, 바하마, 그레나다 등 국가의 총독을 임명할 때 법적 권한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영연방 국가 중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헌법은 영국의 새 군주가 자동으로 국가 수장으로 인정되도록 규정해 놓아 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부연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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