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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수술 후 페이백도 받는데... 나는 보험 사기라니"

입력
2022.09.13 0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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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좀먹는 보험 사기]
보험사, 보험 사기 심사 문턱 높여 "못 준다"
정당한 치료도 보험금 못 받는 사례 속출
"잠재적 보험 사기 가담자 취급은 부당"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완경 이후에도 종종 부정출혈(이상 질출혈)과 요통으로 고통을 겪은 A씨는 올해 초 병원에서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4㎝에 달하는 근종을 포함해 총 7개의 근종이 발견된 것. A씨는 근종을 태워 없애는 비수술적 치료인 하이푸 시술(고강도초음파집속술)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사는 올해 7월 실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보험사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진료 지침을 근거로, 완경 후 가입자는 자궁 적출 이외에는 불필요한 치료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당 지침은 '권고 사항'으로 애초 A씨와 보험사가 맺은 약관에도 없는 내용이었다. A씨는 "증상이 분명했고, 시술 후 상태가 호전됐는데 보험사의 부지급 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다른 부지급 가입자들과 함께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보험 사기의 후폭풍이 선량한 실손 보험 가입자들에게 밀려들고 있다. 보험 사기를 의심하는 보험사들이 심사 문턱을 대폭 높이면서 정당하게 치료받은 가입자마저 약관대로 지급받아야 할 보험금을 못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보험금 준다던 병원이나 보험사 모두 잘못"

보험사와 가입자가 갈등을 빚는 질병은 자궁근종뿐만이 아니다. 백내장(다초점 렌즈 삽입술), 갑상선 결절(고주파절제술)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각 질병마다 부지급 사유는 다르지만, 핵심 사유는 보험사가 '담당 의사 진단만 믿고 보험금을 줄 수 없다'로 요약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특정 질병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하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금 지급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선량한 가입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특히 브로커로부터 수술비 일부를 돌려받은(페이백) 가입자들이 멀쩡하게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2월 백내장 수술을 받은 B씨는 현금 페이백에 1,500만 원가량의 보험금도 추가로 수령했다. B씨는 "상담 과정에서 담당 실장이 수술이 끝나면 150만 원을 현금으로 준다고 했다"며 "찜찜한 마음은 있었지만 주길래 받았다"고 털어놨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을 경우, 치료비는 온전히 가입자 몫으로 남게 된다. 하이푸와 백내장 수술 비용은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사이, 갑상선 결절은 300만 원 안팎이다. 고주파절제술을 받은 C씨는 "내 몸에 하는 수술인데 불필요한 수술을 하겠느냐"며 "애초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병원이나, 못 주겠다는 보험사나 모두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보험금 민원 2분기에만 1만 건… 1년 새 59% 급증

보험금을 못 받은 가입자들만 '보험 사기 후폭풍' 피해자가 아니다. 보험금 청구조차 못 해본 가입자들 역시 피해자다. 2018년 기준 의료이용량 상위 10% 가입자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독식했다. 반대로 무사고자를 포함한 전체 가입자의 93.2%는 평균 보험금(62만 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지급받았다. 내가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일부 가입자가 무분별하게 보험금을 수령한다면 이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미지급하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보험금 관련 민원은 1만587건으로, 전년 동기(6,633건) 대비 3,954건(59%) 급증했다. 보험금 분쟁을 조정하는 금융감독원의 관계자 역시 "실손 보험금 미지급 관련 민원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참다못한 가입자들은 결국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험금 미지급 가입자 100여 명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산지 최혜원 변호사는 "일부 브로커와 결탁한 가입자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라며 "보험사가 정당한 가입자들까지 잠재적 보험 사기 가담자 취급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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