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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신가요? 지금 여기서 듣고 있습니다"

입력
2022.09.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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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②
청년 자살예방 모바일 상담 '히어포유'

편집자주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현대인의 숙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엔 우울증세를 보인 한국인이 36.8%에 달하는 등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졌죠. 마찬가지로 우울에피소드를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 기자가 살핀 마음 돌봄 이야기를 전합니다. 연재 구독, 혹은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취재, 체험, 르포, 인터뷰를 빠짐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 제정했으며, 한국도 지난 2011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여전히 우리나라 인구의 사망원인 순위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다. 10~30대에서는 사망원인 순위 1위이고, 40대와 50대는 2위로 높은 편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주최로 열린 ‘서울 청년의 생명을 살려라’ 100인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적어 놓은 응원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스1

9.4%, 12.8%.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 6월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서 밝힌 10대와 20대 자살률 증가폭(2020년 기준·인구 10만 명당 비율). 전체 인구를 놓고 봤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은 2019년에 비해 오히려 4.4% 줄었으나 유독 10대와 20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들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백서에 따르면 정신과적 질환 관련(38.4%)이 가장 많았고, 경제·생활문제(25.4%), 육체적 질병(17%), 가정 문제(7%),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3.9%)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주원인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유독 청년층의 자살률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진선 사단법인 굿위드어스 이사(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극단 선택 고위험군(1년내 실직, 가족 사별 겪거나 신체,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경우)으로 악화되기 이전의 '잠재적위험군'의 마음돌봄에 주목, 모바일 무료 정신건강 상담 플랫폼 '히어포유'를 운영하고 있다. 5일 오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만났다.


"고위험군으로 변화하기 전 단계에서 도움 주고파"

청년 모바일 상담 플랫폼 '히어포유'를 론칭한 사단법인 굿위드어스의 고진선 이사가 5일 본보와 화상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고 이사는 "(극단적 선택)시도자와 그 가족, 사망자의 유가족 등 고위험군에 비해 잠재적위험군은 체계적으로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우울감 등을 표현하는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의 극단적 선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으로 변화하기 이전 상담을 통해 마음건강을 회복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서비스 개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민간 모바일 상담서비스는 모두 유료로 내담자와 상담가를 연결하고 있다. 그나마 공공기관이 무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대면 상담서비스를 운영하지만, 대부분 게시판 상담 혹은 챗봇 형태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건강 상담은 내담자가 상담가와 직접 상호작용을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의 두 발로 상담받으러 가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정말 정신적으로 바닥을 치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노출시켜가면서 상담받으러 갈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히어포유는 개인정보를 받지 않는다. 상담 유입을 더 늘리기 위해서다. 상담 신청 시 주민등록번호를 넣는 것 자체가 상담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상담 신청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당장 입원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도 이들을 위한 보편적 상담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 상담가의 스펙 대신 상담 방향 제공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예산을 받아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상담 형식은 음성과 채팅 중 고를 수 있는데, 8월 한 달에만 대략 90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 중 채팅 비율이 80%에 달한다.

히어포유의 상담가들도 익명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가를 보호하기 위한 과정이다. "만약 이 사업이 수익과 연관이 돼 있으면 특정 상담가에 수요가 몰려도 큰 상관이 없겠지만, 그게 아니어서 일부러 (상담가) 프로필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학력·경력은 알 수 없지만, 상담가의 상담 방식은 내담자가 확인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 동기강화 등 본인의 상담 방향을 밝혀놓도록 해, 내담자가 본인에게 필요한 상담가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상담가들은 모두 정신건강전문요원이다. 정신건강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위험군을 감별하려면 무조건 전문가의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이란 정신건강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관에서 수련을 받은 이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격을 인정받은 사람을 말한다. 전문분야에 따라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구분한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듣고 있다'

히어포유 이용 화면 예시. 굿위드어스 제공

히어포유 상담 플랫폼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 등 다른 플랫폼에서는 상담이 불가하다. 상담은 1회 30분으로, 최대 두 건 연속으로 이용 가능하다.

"정보 검색이 쉬운 요즘 포털사이트를 통해 도움을 받으려고 하죠.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역효과가 나기 쉽습니다. 히어포유(Hear for you, Here for you)는 '지금 여기서 (우리가) 듣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견디기 힘든 얘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음으로써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진다면, 급증하는 극단적 선택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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