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중 2명 생존, 3명 심정지 상태 발견
"(남편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라는 말을 했어요."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W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침수사고로 실종된 주민 중 극적으로 구조된 전모(39)씨 부인이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한 얘기다.
전씨는 배수 작업이 40%를 넘어가던 이날 오후 8시 15분쯤 지하주차장 천장 배관을 잡고 에어포켓에서 14시간 넘게 버티고 있다 구조됐다. 구조 당시 전씨는 배수 작업으로 물이 빠진 틈을 이용해 주차장 입구까지 헤엄쳐 나왔다. 이후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걸어서 주차장을 빠져 나온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 직후 전씨 부인에 따르면 침수 당시 전씨는 주차장 바닥에 물이 차오르면서 자동차 문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차량 안에 있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됐다. 소방당국은 "곡선으로 둥글게 이어진 지하주차장 진출입로에 있었기 때문에 생존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진출입로 위쪽 벽면이 울퉁불퉁해 물이 차지 않은 에어포켓이 만들어진 게 전씨 생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 구조 이후 1시간 30여 분 만인 오후 9시 41분 소방당국은 실종자 김모(51)씨를 추가로 구조했다. 김씨는 의식은 명료했으나 저체온증 증세를 보여 역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생존자들의 운명을 가른 시간은 오전 7시 직전으로 추정된다. 오전 6시 35분쯤 무사히 차량을 대피시킨 주민 A씨는 "오전 6시 25분쯤 아파트 1층에서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물이 콸콸 빨려들어가고 철문까지 찌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 주차된 차량을 바깥으로 이동시켰다"며 "당시만 해도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은 몇 대 없었다"고 아찔한 순간을 전했다.
20년째 W아파트에서 살았다는 60대 B씨도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그는 "오전 6시쯤 안내방송을 듣고 지상주차장에 있던 차량을 이동시켜 200m 떨어진 길가에 세워놓고 한걸음씩 겨우 옮겨가면서 아파트로 돌아왔더니 지상주차장마저 물이 가득 차 있었고, 차량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아수라장이 돼있었다"며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두 명의 실종자가 극적으로 생환했지만 기적은 여기까지였다. 김씨 구조 이후 추가로 발견된 2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로 알려졌다.
이날 W아파트는 하천에서 범람한 물로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작동이 중단됐고, 계단도 진흙투성이였다. 주민들은 맨발이나 슬리퍼를 신은 채 하루 종일 지하주차장 인근을 서성거렸다. 아파트 인근 주택가에서도 마당에 가득 찬 물로 차량 문을 열지 못하던 주민이 가족에게 전화해 겨우 탈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날 지하주차장의 배수 작업을 지켜보면서 시종일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 주민은 "비슷한 시간에 지하주차장에 내려간 주민들 가운데 누구는 집으로 돌아오고, 누구는 실종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다들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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