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00㎜ 폭우에 하천 범람
가족과 대피소 이동하던 70대 숨져
고립자 구조에 해병대1사단 투입
포항제철소 침수에 공장 곳곳 화재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린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에서 해병대 1사단이 소방관을 태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를 출동시켜 고립이 예상되는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하고 있다. 포항=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6일 경북 포항과 경주에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려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와 주택이 침수됐다.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실종과 사망자들이 잇따르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태풍에 대비해 공장 가동을 멈췄지만, 폭우로 공장 전체가 침수되고 화재까지 발생해 직원 22명이 고립됐다 구조됐다.
포항과 경주는 힌남노의 영향권에 접어든 전날 밤부터 강풍을 동반한 시간당 80~100㎜의 비가 쏟아지면서 주요 하천이 범람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포항 378.8㎜, 경주 244.7㎜이었다. 특히 태풍이 포항과 경주에 가장 근접한 6일 오전 6시쯤이 동해안의 만조 시간과 겹치면서 도로와 주택이 침수됐다. 해당 지자체들은 안전 안내문자 등을 통해 하천 인근 침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긴급대피를 지시했다.
하지만 새벽 시간대 쏟아진 폭우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도로 위에서 고립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쯤 남구 오천읍 도로에서 A(75)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1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남편, 딸과 함께 걸어서 대피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에서는 신원미상의 남성 1명도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포항제철소가 위치한 남구 괴동동 일대도 비가 쏟아지면서 공장 곳곳이 침수됐다. 근무 중이던 직원 18명이 한때 공장 내부에 고립됐다.
침수피해가 심각해지자, 해병대사령부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해병대 1사단을 투입해 민간인 구조에 나섰다.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와 고무보트(IBS) 3대가 포항 남부소방서 구조요원을 태우고 청림초등학교 일대에서 구조 작전을 펼쳤다.
포항제철소에서는 화재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17분쯤 스테인리스스틸(STS) 2제강, 2열연공장에서 불이 났다. 화재 진압에 나섰던 제철소 자체 소방대원 4명이 진화 도중 고립돼 소방차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기도 했다. 소방청은 포항제철소 화재 진압을 위해 이날 오전 8시 30분 전국 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2시간 30분 정도 후인 11시 4분쯤 동원령 1호를 해제하고 11시 12분쯤 불길을 잡았다.
포스코는 이날 화재와 관련해 “회사 내 설비 가동 중단으로 부생가스가 폭발할 위험이 있어 태워서 내보내는 방산작업을 했다”며 “이때 발생한 불이 포항제철소 내 여러 곳에서 보이면서 공장 내 화재로 오인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연공장 전기실 등에서 난 불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포항 남구 인덕동에 위치한 대형마트 매장 일부가 침수돼 이날 하루 임시 휴업했다. 마트 관계자는 "직원의 안전을 위해 오늘은 영업하지 않고 피해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복구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사태도 발생했다. 포항시는 북구 용흥동 대흥중학교 뒤편 야산이 무너지자, 이날 오전 8시 7분쯤 '추가 붕괴 우려가 있으니 인근 주민은 대피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산사태로 흙더미와 흙탕물이 주변 건물과 도로까지 밀고 오면서 승용차가 밀려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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