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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진 '힌남노' 해수면 높을 때 겹쳐... 경남·전남 폭풍 해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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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진 '힌남노' 해수면 높을 때 겹쳐... 경남·전남 폭풍 해일 우려

입력
2022.09.04 23:20
수정
2022.09.05 08: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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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 과정서 태풍 강도 약화할 요소 없어
경남·전남 폭풍 해일과 침수 피해 우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한 아파트에서 시민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다. 마산합포구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창원=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한 아파트에서 시민이 유리창에 테이프를 부착하고 있다. 마산합포구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창원=연합뉴스

'역대급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세력을 키우며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경남과 전남 해안 지역에 폭풍 해일과 저지대 침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평소보다 해수면이 높은 기간에 강도가 센 태풍이 상륙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몹시 강한 태풍인 만큼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대만 남동쪽에서 본격적인 북상을 시작,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만 타이베이 북동쪽 약 390㎞ 해상에서 시속 26㎞ 속도로 북위 30도 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심 기압은 오전 9시(940hPa)에 비해 더 낮아진 935hPa, 최대 풍속은 초속 47m보다 높아진 49m 수준이다.

태풍 강도 약화할 요소 없어... 매우 강한 상태로 한반도 직격할 듯

4일 오전 10시 기준 태풍 경로 예보.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초강력' 상태로 재발달했다가 북위 30도 선을 넘은 뒤 '매우 강' 수준으로 우리나라로 직진, 많은 비를 뿌리며 저수온 해역을 만난 뒤야에 '강' 수준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제공

4일 오전 10시 기준 태풍 경로 예보.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초강력' 상태로 재발달했다가 북위 30도 선을 넘은 뒤 '매우 강' 수준으로 우리나라로 직진, 많은 비를 뿌리며 저수온 해역을 만난 뒤야에 '강' 수준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제공

특이한 건 '초강력'에서 '매우 강' 수준으로 힘이 다소 약해졌던 힌남노가 북상하는 과정에서 다시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남쪽으로 처져 내려가며 태풍의눈이 사라지고 중심 기압이 올라가는 등 세력이 다소 약해진 모습을 보이던 이전과 달리, 이날 힌남노는 태풍의눈 윤곽이 다시 또렷해졌다. 힌남노는 북위 30도 선을 넘는 5일 오전 9시쯤엔 중심기압 920hPa, 최대 풍속 초속 54m에 이르는 초강력 태풍이 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힌남노 주변 조건도 태풍 발달을 저해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힌남노가 이동하는 길은 고수온 해역으로 아래로부터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고, 태풍의 습도를 줄일 수 있는 건조한 제트기류는 현재 한반도 중북부와 만주 지역까지 밀려나 있어 힌남노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태풍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연직시어(상하층 바람 차이)마저 매우 약하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힌남노는 한반도 근처에서 저수온 해역을 지나 지면과 마찰을 일으키며 많은 비를 뿌려 에너지를 잃기 전까지는 강한 강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지엔 폭우, 남부 해안가엔 해일 피해 우려... 수도권도 많은 비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 있다. 기상청은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에 100∼60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제주=연합뉴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4일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 있다. 기상청은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에 100∼60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제주=연합뉴스

힌남노 북상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점은 많은 비와 강한 바람, 그리고 높은 파도로 인한 피해다. 힌남노가 2003년 태풍 '매미'에 버금갈 정도로 강한 위력을 유지한 채 우리나라에 접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까지 전국에 100~300㎜의 폭우가 쏟아질 전망인데, 특히 2일부터 많은 비가 쏟아진 제주도 산지의 경우 600㎜, 남해안과 경상권 동해안,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 등에는 40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태풍의 직접적인 강풍 반경에는 들지 않겠지만,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태풍의 뜨겁고 습한 공기와 만나면서 형성된 두꺼운 비구름 때문에 강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경기 북부와 강원영서북부 지역도 5~6일 400㎜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바람도 역대 태풍 중 가장 강한 편에 속할 전망인데, 제주도와 전남 남해안, 경남권 해안, 울릉도·독도에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0~60m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초속 40m에선 차가 뒤집힐 수 있고, 초속 60m가 되면 철근 구조물이 파괴되거나 가로등이 넘어질 수 있다.

각각 5일(왼쪽 두 개)과 6일 해안가 만조 시간대. 높아진 해수면에 중심 기압이 낮은 태풍까지 들어오면서, 이 시간대는 특히 해일과 월파, 저지대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 제공

각각 5일(왼쪽 두 개)과 6일 해안가 만조 시간대. 높아진 해수면에 중심 기압이 낮은 태풍까지 들어오면서, 이 시간대는 특히 해일과 월파, 저지대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 제공

해안가는 해일과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밀물이 가장 높은 대조기는 이달 10~13일과 26~29일이지만, 태풍이 다가오는 5~6일은 대조기를 향해 가는 시기로 해수면이 평소보다 높다. 태풍은 중심 기압이 낮아 수면을 누르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해수면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바람에 의한 파고에 높은 해수면, 여기에 하루 두 차례 찾아오는 만조 시간대까지 겹치면 해안가 저지대를 중심으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광연 분석관은 "부산과 마산 시민들은 여전히 기억하겠지만, 태풍 '매미' 때처럼 높은 해수면으로 피해가 우려된다"며 "폭풍해일 경보 발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월파나 역류 문제에 사전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힌남노 상륙이 임박함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3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대응 수위를 1단계에서 곧바로 3단계로 격상하고,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중대본 비상대응 수위는 1∼3단계 순으로 단계가 올라간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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