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약은 아침이나 저녁이나 언제 복용하든지 효과에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고혈압 약은 저녁에 먹어야 심혈관 건강 예고 지표인 ‘야간 혈압’이 떨어진다는 일부 연구 결과들과 배치되는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던디대 토머스 맥도널드 약리역학 교수 연구팀이 고혈압 환자 2만1,104명(평균 연령 65세, 남성 58%, 백인 98%)을 대상으로 평균 5.2년에 걸쳐 진행한 대규모 임상 시험(TIME) 결과, 고혈압 약은 어느 때 먹어도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팀은 임상 시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1만503명)에는 고혈압 약을 밤(오후 8~12시)에, 다른 그룹(1만601명)에는 아침(오전 6~10시)에 먹도록 하고 평균 5년, 길게는 9년에 걸쳐 심혈관 건강을 추적ㆍ관찰했다.
연구팀은 △비치명적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인한 입원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 △긴급 관상동맥 재관류술(urgent revascularization) 등 심ㆍ뇌혈관 질환 발생률이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고혈압 약을 밤에 복용한 그룹에서는 362명(3.4%), 고혈압 약을 아침에 복용한 그룹에서는 390명(3.7%)이 이러한 심ㆍ뇌혈관 질환 발생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 시험 참가자 가운데 13%는 당뇨병이 있었는데 이들도 고혈압 약 저녁 복용 그룹과 아침 복용 그룹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고혈압 약 복용과 관련된 낙상과 골절 발생률도 두 그룹 모두 크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고혈압 약은 하루 어느 때 복용하든지 심ㆍ뇌혈관 질환 발생률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러나 고혈압 약으로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고혈압 약을 저녁 때 복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캐나다 맥길대 보건연구소 리안 투이즈 박사는 “밤에 혈압이 올라가는 ‘야간 고혈압’ 환자들이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환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연례 학술회의(ESC Congress 2022)에서 발표됐다.
앞서 스페인 비고대 라몬 헤르미다 교수는 2019년 ESC 연례 학술회의에서 고혈압 약을 낮보다 밤에 복용하는 것이 더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내놓은 바 있다.
헤르미다 교수는 고혈압 환자 1만9,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 분석한 결과, 고혈압 약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잘 때 복용하는 것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질환 위험을 절반 정도로 줄인다고 밝혔다.
환자 절반에게는 잠자리에 들 때, 나머지 절반에게는 깨어나자마자 고혈압 약을 복용하도록 요청한 뒤 최초 48시간 주기, 최소 1년에 한 번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4~8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낮 시간 동안 혈압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했다. 하지만 두 그룹은 수면 중 혈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저녁에 약을 복용한 환자는 낮에 먹은 환자보다 수면 중 작지만 의미 있는 혈압 감소가 나타났다.
나이, 성별, 흡연 여부, 심혈관 질환 병력 등을 고려한 결과, 밤에 약을 먹은 환자가 낮에 먹은 환자보다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56%, 뇌졸중 위험이 49%, 심장마비 위험이 44%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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