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인용한 것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날 윤 대통령이 연찬회에 참석해 "신뢰받는 당정을 만들자"고 외친 지 하루 만에 비대위 체제 정당성이 허물어지자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법원 결정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당무에 관해 일일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징계에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 거리를 두고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의도다.
윤 대통령은 성상납·증거인멸 사주 의혹·당 징계 등 이 전 대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말을 아껴왔다. 당 윤리위원회가 징계를 한창 논의하던 6월 24일 당시 관련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당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가 공개된 후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징계 부당성을 주장하며 장외 공세를 강화했지만, 윤 대통령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며 예봉을 피해갔다.
당 내홍 수습 난항… "이준석 리스크 늪에 빠질라"
대통령실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겨우 수습되던 당인데 법원 판결 이후에 당내 갈등이 더 커질 것 같다"면서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 당정이 뭉쳐야 하는 시기에 다시 어수선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각종 법안·예산 처리를 위해 '안정된 여당'을 원했으나 국민의힘이 사실상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과 대통령실이 '이준석 리스크' 늪에 빠져 있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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