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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꿔야 할 30년 한중관계

입력
2022.08.25 18:00
수정
2022.08.25 18: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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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거의 모든 국민에 일반화한 중국 혐오
과도한 대국주의와 저자세 외교의 산물
우리부터 선진국의 당당한 자세 보여야

“양국 관계가 크게 발전해왔다”는 회고와 “새로운 협력관계로 도약하자”는 다짐들은 공소(空疏)했다. 연회나 포럼 등에서도 축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때맞춰 미국, 한국의 여론조사기관들이 한국민 대다수가 중국을 싫어한다는 결과를 냈다. 아마 중국 쪽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중수교 30년의 키워드는 ‘혐오’가 됐다.

국민감정이 여기까지 이른 결정적 계기는 물론 사드(THAAD)다. 사실 30년 전 노태우 정부가 수교를 추진하면서 내건 명분은 ‘한반도 평화정착 여건 조성’이었다. 중국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핵개발을 방조, 옹호해왔다. 그러므로 사드 수용은 중국에 대한 기대를 접은 자위책, 또는 심리적 안정책이었다. 중국이 이 문제를 걸어 한국을 지속적으로 몰아붙이는 건 그래서 당치 않다.

이 문제로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때 받은 수모는 지금도 기막히다. 국빈방문에 어울리지 않는 허접한 영접에, 여덟 차례 혼밥 방치, 중국 경호원들의 수행기자 폭행 등은 우리 외교사에 다시 없을 굴욕이었다. 앞서도 일개 외교부장이 국제무대에서 문 대통령의 팔을 함부로 쳐대는 무례를 저질렀다. 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국가원수에 대한 하대는 우리 국가와 국민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물론 비근한 한국 무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고구려사 자국 역사 편입, 서해공정, 도발 때마다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나 외교라인 차단, 여전한 한한령에 가까이는 코로나 사태 초기 우리의 중국인 입국허용 배려에 거꾸로 한국인 중국 입국 금지 등이 대충 생각나는 것들이다.

기저를 관통하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과도한 대국주의, 중화민족주의다. 주변국을 중국 질서에 순응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 강대국 의식이다. 오랜 치욕의 역사에서 벗어나 이제 패권국을 노리는 기고만장한 중국에 새삼 성찰과 반성을 기대할 건 없다. 이번 수교 30주년에도 우리의 ‘상호존중’ 당부에 중국은 ‘내실 있는 우호’로 비켜갔다.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다.

그래서 결국 우리 자신이다. 출발점은 대중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가 중국에 저자세였던 이유는 북한 비핵화와 평화유지에서 중국 역할이 클 것이라는 기대와, 거대시장 상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극중지계’, NEAR재단). 그러나 대북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아주 제한적인 데다 의지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양국은 반도체와 중간재 등 숱한 분야에서 필요해 주고받는 상호보완적 관계이지 한쪽이 수혜를 받는 관계는 아니다. 한국의 경제적 중국 의존은 거꾸로 중국의 한국 의존과 동전의 양면이다. 국가 영향력이나 경제력에서 예전 중국이 아니듯 우리도 역시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존중의 보편가치를 추구하는 우리와 국가자본주의,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은 지향하는 가치와 국가목표가 전혀 다르다. 중화권 국가로 묶일 관계가 전혀 아니란 뜻이다. 나아가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든 손해 보는 일을 피하겠다는 전략적 모호성은 애당초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방책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처음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접고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선제 가입하고 ‘칩4’(반도체 공급망 대화)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정상적인 대중관계로의 전환 시도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다.

대중관계에서 저자세는 존중이 아닌 더한 압박만 부를 뿐임을 우린 오랜 경험으로 안다. 만만치 않은 선진국이 된 입장에서 이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그게 혐오를 털고 진짜 우호를 쌓는 길이기도 하다.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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