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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떡값'에 세금 펑펑... 공무원 17만 명, 수십억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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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일 떡값'에 세금 펑펑... 공무원 17만 명, 수십억 받았다

입력
2022.08.30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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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차린 생일상]
'공무원 생일축하금' 정보공개청구
서울 성북·강남·송파·중구 10만 원
"공무원 박봉, 복지 뒤처진다" 반론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생일을 맞은 공무원 17만5,000명에게 연 55억6,000만 원의 축하금을 준 것으로 집계됐다. 사적 영역인 공무원의 생일을 공적 재원인 나랏돈으로 지원한 셈이다. 생일 축하금 지급 여부도 사실상 기관장 재량이라 부적절한 예산 편성이란 지적이 나온다.

생일 축하금 천차만별, 10만 원 vs 0원

한국일보가 29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중앙정부 부처 50개, 15개 광역 시·도, 190개 시·군·구로부터 받은 '직원 생일 축하금 지급 현황'을 보면, 지난해 38개 부처가 국가직 공무원 3만4,996명에게 10억9,274만 원, 7개 광역 시·도와 129개 시·군·구가 지방직 공무원 13만9,629명에게 44억7,131만 원을 생일 축하금으로 썼다. 생일 축하금은 개별 공무원 입장에선 소소했지만 모두 더해 보니 '티끌 모아 태산'이었다.

생일 축하금 지급 형태는 대부분 △문화상품권 △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였고 꽃바구니, 케이크 등을 주는 곳도 일부 있었다. 1인당 지급액은 기관별로 천차만별이었다. 부처 중에선 온누리상품권 8만 원어치를 지급한 조달청이 가장 후했다. 조달청은 지난해 직원 725명에게 생일 축하금 예산 5,800만 원을 사용했다.

다른 부처의 1인당 생일 축하금은 3만~5만 원이 다수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3만 원, 2019년 4만 원, 2021년 5만 원으로 생일 축하금을 높인 게 눈에 띄었다. 병무청은 2만 원으로 가장 적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1인당 생일 축하금 편차가 더 컸다. 생일 축하금을 가장 많이 준 곳은 서울 중구·성북구·강남구·송파구로 모두 10만 원이었다. 7만 원을 지급한 서울 강북구·강서구 및 경기 과천시가 뒤를 이었다.

실무자는 상품권 2만 원, 간부는 꽃바구니 7만 원

이에 반해 부산 서구·영도구 등 6개 시·군·구는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1만 원을 줬다. 대전 중구는 6급 이하 실무자에게 문화상품권 2만 원, 5급 이상 간부에게 5만 원짜리 꽃바구니를 주는 등 소속 직원 간에도 생일 축하금에 차등을 뒀다.

생일 축하금을 미지급한 기관 역시 적지 않았다. 직원 수가 많은 경찰(약 14만 명) 등 12개 부처, 8개 시·도, 61개 시·군·구가 생일 축하금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생일 축하금을 주지 않은 이유로 △우선순위 사업에 예산 배정 △열악한 재정 상황 등을 제시했다.

같은 공무원이더라도 일하는 곳에 따라 복지 수준이 다른 건 생일 축하금뿐이 아니었다. 대부분 복지 포인트로 지급하는 출산 축하금도 기관별로 달랐다. 부처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첫째만 낳아도 포인트 110만 원어치를 준 반면 통계청은 0원이었다. 경남 고성군은 출산한 직원에게 금메달 1돈(고성군 거주시 상품권 20만 원 추가)만 줬다. 출산 기념 복지 포인트는 따로 지급하지 않았다.

중앙·지방정부가 소속 공무원 1인에게 지급한 생일 축하금은 1만~10만 원으로 크지 않았지만 모두 더하면 연간 55억6,000만 원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앙·지방정부가 소속 공무원 1인에게 지급한 생일 축하금은 1만~10만 원으로 크지 않았지만 모두 더하면 연간 55억6,000만 원에 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관마다 생일 축하금 지급액은 물론 지급 여부도 제각각인 이유는 관련 예산 편성을 사실상 재량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부처는 기획재정부가 제시하는 예산편성지침상 기타운영비 사용 범위에 직원 축·조의금을 규정한 것을 토대로 생일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타운영비는 기관장이 부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이다.

생일 축하금 지급, 사실상 기관장 재량

지방정부는 지방공무원법 77조를 따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장은 소속 공무원 근무 능률을 높이기 위해 후생 등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생일 축하금 지급은 지자체장 판단으로 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해석된다.

공무원 생일 축하금 지급은 이익을 바탕으로 사내 복지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과도 비교된다. 예컨대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은 따로 생일 축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물론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생일 축하금을 주는 기업도 있지만 세금으로 제공하는 공직사회 복지는 보다 깐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는 공공기관을 향해선 생일 축하금 지급 금지를 요구하고 정작 공무원에겐 주는 등 앞뒤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기재부는 2013년 말 '공공기관 방만경영 8대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공공기관 직원 복지를 공무원 수준에 맞출 것을 권고했다. '임직원 기념일 시 예산으로 상품권 지급 금지'가 8대 지침 중 하나였다. 당시 기재부는 38개 중점관리대상 기관이 모두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복지 감축 계획을 제대로 세웠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공무원 생일 축하금 지급은 일종의 관행일 텐데 지원할 명분이 없고 기준도 불명확해 집행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생일 축하금 지원은 기관이 예산 사용의 적절성을 스스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 쪽에선 생일 축하금까지 일일이 지급 기준을 정하는 건 지나치게 경직적이라고 반론한다. 또 박봉인 7~9급 공무원 임금 수준과 민간 기업 복지 수준을 고려하면 공직사회가 과도한 복지를 누리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공무원이 늘고 있지만 생일 축하금으로 활용하는 기타운영비는 몇 년 동안 동결하거나 줄이는 추세"라면서 "공무원 복지는 민간 기업과 비교해 훨씬 뒤처진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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