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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도, 하이트진로도 문제는 이중구조... 정부가 해결 나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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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도, 하이트진로도 문제는 이중구조... 정부가 해결 나선다는데

입력
2022.08.23 04:30
수정
2022.08.25 10: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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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점거 농성 중인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점거 농성 중인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하이트진로 운송 화물차 기사들이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구 본사 건물 옥상 광고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상황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기사들은 △운송료 인상 △공병운임 인상 △고용승계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면 총파업에 나선 지는 100여 일이 지났다.

하이트진로 자회사인 수양물류 소속 기사들이 옥상으로 올라간 이유는 하이트진로 본사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러나 하이트진로 측은 "하청업체의 일에 개입할 수 없고, 화물차주들과 교섭할 법적 책임이나 채무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어 상황은 악화일로다. 하이트진로 측은 공동주거침입 등으로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고, 28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한 달 전 비슷한 일이 경남 거제시에서 일어났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자들은 선박을 점거하고 51일 동안 농성을 벌였는데, 이때의 핵심 요구 사항도 원청인 대우조선이 직접 책임 있는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우조선은 원청은 직접 교섭의 상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았고, "8,00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걸겠다"며 파업 당사자들을 압박했다.

문제의 근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정부는 해결의지 다지는데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의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거제=공동취재사진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달 20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의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거제=공동취재사진

올해 상반기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화물연대 파업, SPC파리바게뜨 노조 파업 등도 원인은 비슷했다. 하청 관계이거나 특수고용형태로 분류돼 노동자가 본사와의 협상이 어려운 구조가 됐을 때, 하층 노동자들이 반발해 벌이는 파업이 잦아진 것이다.

정부는 해결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왜 같은 문제 반복되나...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 필요"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쉽게 손대기 어려운, 뿌리 깊은 문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노사관계제도는 상층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흘렀는데, 반대로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하층 노동자의 '사회적 시민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시간이 갈수록 양측의 차이가 커지면서 하층 노동자들도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87년 노동자'와 '97년 노동자'의 처지가 완전히 갈라진 상태로 굳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유독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노동시장 이중구조 관련 정책포럼에서 "원하청 관계가 지니는 '육성'과 '착취'의 양면성이 있다"며 "성장은 같이 하지만, 수익을 나눠 갖는 것에 인색한 데서 오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회복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억눌렸던 처우 개선 요구가 터져나오는 것도 올해 잦은 파업의 이유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직무급제 개편 등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위원은 "위를 끌어내린다고 아래층이 올라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먼저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줘야 하고,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 사회적 합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더 나아가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기업별 노조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일과 같은 산별 노조 체제로 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큰 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위원은 "우리 노사관계 제도는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기 이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분배구조에 대한 큰 틀의 변화에 모든 당사자가 동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입법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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