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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을 위해 돈을 쓰자

입력
2022.08.1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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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도권에서 택시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택시기사의 부족으로 운행을 하지 못하는 택시가 늘다 보니 일상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소비자들은 택시수요가 몰리는 심야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를 잡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지난 2년 반 동안 택시기사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택시기사가 줄어든 이유는 택시기사로 일하는 것보다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로 일하는 것이 수입 면에서도 훨씬 낫다 보니 택시기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회가 타다금지법을 개정해 타다를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듯 정부가 강하게 규제하는 산업은 인허가로 진입장벽을 쌓기에 허가사업자들이 시장을 독점한다. 시장을 독점한 허가사업자들은 독점이 주는 효과를 누리지만 소비자들은 독점의 폐해인 후생의 저하를 겪게 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독점경제를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허용하고 정부가 부작용을 직접 조절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디지털경제 시대는 플랫폼이 공급과 소비자의 중간에서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다. 보이지 않는 다수의 공급자와 달리 눈에 띄는 플랫폼은 시민사회의 감시도 수월해 탄력적인 수요와 공급, 그리고 공유경제의 장점과 부작용의 통제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플랫폼이 가져온 새로운 공급과 소비의 패러다임을 공유경제라 부른다. 공유경제는 과잉공급을 해소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 과거 경제위기 때 우리나라는 '아나바다 운동'을 거행했다. 물건을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면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공유경제로 이를 극복하려는 지혜를 발휘한 사례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서 활용해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문제는 인허가사업자들이 독점해 온 서비스경제 분야다. 규제시장에서 기존 공급자들은 인허가제도를 무기로 공유경제 플랫폼을 강하게 배척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허용하려는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독점경제는 택시와 같은 운수사업부터 숙박업이나 변호사 등 법조시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선진국에서 공유경제 플랫폼이 시대에 맞게 공급과 소비 혁신을 이끌어 내는 동안 우리 경제는 운수, 숙박, 교통, 의료, 법률과 같은 시장에서 낡은 잣대로 공유경제 신산업을 가로막아 왔고, 정부도 이에 적극 앞장서 왔다. 선진국 정부의 포용적 입장과 달리 우리 정부가 신산업에 유독 낡은 규제를 확장하는 이유는 디지털경제 시대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규제혁신을 통해 디지털경제로 사회구조가 변환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해 국가경쟁력이 후퇴하게 됨은 당연하다. 규제시장에서 디지털변환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특유한 신구산업 사이의 갈등을 풀어낼 방안에 대해 국가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2019년 혁신단체협의회는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1%를 규제개혁 연구개발예산으로 책정하자고 제안했다. 규제개혁이 더딘 분야는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2022년 국가 연구개발예산은 30조 원 규모이므로 그 1%는 3,000억 원가량이다. 오래전부터 규제개혁 연구개발을 통해 사회 각 분야의 디지털 이주대책을 마련해 왔다면 우리 정부는 자신 있게 사회적 갈등을 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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