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 13만 명 운집...역대 최다
자우림, 잔나비, 크라잉넛, 뱀파이어 위켄드 등 공연
"3년 동안 이 좋은 록 페스티벌을 어떻게 끊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증막 같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첫날(6일) 무대에 오른 국내 록 밴드 크라잉넛이 연주를 시작하자 객석에서 꿈틀대던 '흥 폭탄'이 터졌다. ‘퇴사’ ‘건강하고 효도하자 내일부터’ ‘나락도 락이다’' 같은 글귀가 적힌 깃발이 굳건히 객석 상공에서 펄럭였다.
록페스티벌이 부활했다.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들이 대형 야외 무대에 오르는 사실상 유일한 록 축제인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 사흘간 역대 최대인 13만 명(첫날 3만5,000명, 둘째 날 5만 명, 셋째 날 4만5,000명)을 모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이후 열린 최대 규모 야외 음악 행사였다. 연인원 10만 명 규모라고 홍보했던 2019년 행사보다 체감상 50% 이상은 많은 듯했다.
식음료 부스 앞의 줄은 끝이 없이 이어졌고, 열사병 방지를 위해 마련된 '의료쿨존'도 열기를 식히기 위해 모인 관객들로 가득했다. 돗자리를 펼칠 수 있는 피크닉 존에서도 마지막 날 공연 막바지까지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가족 단위 관객도 적지 않았다. 한 20대 관객은 "음식을 주문하고 받느라 40분 이상 걸려 공연 하나를 아예 놓쳤을 정도"라고 말했다. 둘째 날 공연에는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관객으로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랜만의 야외 록페스티벌을 반긴 건 관객뿐이 아니었다. 둘째 날 메인 스테이지의 두 번째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에 오른 잔나비는 감격스러운 듯 "신인 시절인 2014년 가장 작은 무대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헤드라이너 공연을 장식한 미국 록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는 "거의 10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하는데 세 번의 공연 중 이번이 최고"라고 말했다.
공연 도중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둘째 날 밤 서브 스테이지에서 미국 헤비메탈 밴드 데프헤븐의 공연 도중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밴드는 "비를 즐기라"고 소리쳤고 대부분의 관객들도 자리를 지키며 밴드의 연주에 뜨겁게 호응했다.
마지막 날인 7일에는 태국 싱어송라이터 품 비뿌릿, 국내 밴드 아도이, 세이수미, 체리필터, 가수 이승윤, 영국 밴드 모과이 등이 열기를 이어갔다. 마지막 공연은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자우림이 장식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2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집결하며 록 페스티벌에 대한 대중의 욕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가 한 장소에 모이는 만큼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대다수 관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채 이동하거나 공연을 즐기는 관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대 앞에선 객석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공연 도중 간간이 물 대포를 쏘아올리기도 했다. 펜타포트 측은 "정부 지침에 따른 방역에 만전을 기했으나 폭염으로 인해 마스크를 종종 벗는 관객들이 많아 일일이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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