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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행과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입력
2022.08.07 1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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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악화하는 미국의 대중 여론경제적으로 손해봐도 중국 인권 압박해야(단위:%)
퓨리서치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장이 지난주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방문 이전부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고 대만해협에서의 무력시위도 불사했다. 양안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중국 주변 국가들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의 비판 목소리도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대만 정부도 진심으로 반기지는 않을 듯하다"고 평가했고, 워싱턴 포스트 분석가 아담 테일러는 "대만과 중국보다도 미국 내에서 더 논란이 될 것이다"며 향후 영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정작 백악관에서는 지극히 원칙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펠로시 의장과의 사전조율 과정을 설명하거나 현재의 군사적 충돌을 적절히 통제할 것이라는 메시지 정도다. 중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느끼는 정도와 많이 다르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중국에 유화적인 스탠스를 보여왔던 민주당의 역사적 태도와 대비되기까지도 한다.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미국인의 89%는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 또는 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67% 정도는 중국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2018년 46%에서 크게 증가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불과 4년 전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38%만이 중국에 비우호적이었는데, 지금은 61%를 넘어섰다.

가장 문제가 되는 중국 이슈에 대해서는 20%가 인권이라고 답했는데 경제를 지목한 19%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민주-공화 양당 지지자들의 반응도 인상 깊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에 더 강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에 공화당 지지자의 72%가 찬성하고 민주당 지지자의 37%만 찬성해 양당 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은 중국 내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공화당 지지자의 72%, 민주당 지지자의 69%가 찬성해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인들이 전체적으로 중국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고, 민주당 지지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권 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태도가 인상 깊다.

이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에서의 메시지를 보자. 그는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당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우며 번영하는 민주주의를 강화했다"며 대만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 중국 정부를 비판하다 도망쳐 나온 반체제 인사들과도 만났다.

대만을 방문해 중국과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주-공화 양당 지지자의 공통 관심사인 중국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물론 펠로시 의장이 1991년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한 개인적인 스토리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변화하는 미국 여론을 아주 잘 반영한 모습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적당히 위기관리 정도만 하는 것을 선호할 만하다.

물론, 역사적으로 외교문제는 미국 선거에서 부차적인 이슈였다. 올해같이 인플레이션이 문제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무턱대고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더 고무적인 일도 있었는데,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던 날 임신중단 권리를 주헌법에서 삭제하려던 캔자스 주 헌법 개정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되었다. 대표적인 공화당 텃밭에서 민주당의 승리로 기록될 사건이자, 낙태 이슈가 중간선거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모든 것이 선거로 귀결되는 게 씁쓸하지만,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임을 한번 더 깨닫는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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