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증에 쓰레기도 폭증
주민들 운동하며 쓰레기 줍기 나서
울릉도 반해 정착한 정대웅씨 결성
5월에 전시회 열어 심각성 알리기도
"울릉도, 즐긴 만큼 보호해 주세요."
올해 6월까지 경북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21만8,118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9만6,083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움츠러들었던 울릉도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쓰레기양도 늘었다.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1,569톤이었던 생활 폐기물은 올해는 6월까지 174톤 늘어 1,743톤 발생했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섬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플로깅 울릉' 운동을 시작했다. 플로깅 울릉은 1년 전, 서울 청년 정대웅(37)씨가 닻을 올렸다. 울릉에 정착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들렀다가 아예 터를 잡은 정씨가 외지인들의 쓰레기로 오염돼 가는 울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만들어낸 아이디어다. 플로깅(plogging)은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이다. ‘줍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가볍게 뛴다’는 뜻의 '조가(jogga)'를 합성했다.
지난해 6월 9일 정씨 홀로 시작한 플로깅 울릉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1년 2개월이 지난 최근에는 고교생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20명넘는 주민들이 매주 두 차례 참여하는 운동으로 확산됐다.
플로깅 울릉은 단순히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거한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솎아내고, 나머지를 울릉군 생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다. 봉투는 정씨가 환경단체나 사회적 기업 등에서 지원받거나 사비로 구입해 나눠준다. 정씨는 “플로깅 울릉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소방관과 문화해설사, 가정주부 등 참여하는 분들의 직업도 다양하다"며 "한 번 나온 분들은 빠지지 않고 내 일처럼 활동한다"고 말했다.
플로깅 울릉 활동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지역마다 나오는 쓰레기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도 회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울릉도 여객선 선착장이 있는 울릉읍 도동리 도동항과 사동리 울릉항은 지도나 안내 책자 관련 쓰레기가 많이 보인다. 반면 오징어 건조장이 많은 서면 태하리 일대는 오징어를 말릴 때 사용하는 대나무 막대가 주로 수거된다.
필수 관광지로 꼽히는 북면 나리분지는 캠핑족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울릉에서 유일한 평야지대인 나리분지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늦은 봄에 녹는다. 눈이 녹을 때쯤 특산물인 산나물이 모습을 드러내야 하지만, 캠핑족이 투기한 쓰레기 때문에 산나물의 자취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정씨는 “텐트 폴대나 숯을 피워 생긴 재에, 라면 봉지에, 심지어 비닐에 담긴 인분도 발견된다”며 “나리분지는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어서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이 그대로 버리고 나온다”고 말했다.
울릉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회원들은 지난 5월 동네별로 모은 쓰레기를 전시하는 ‘울릉정크’ 행사를 개최했다. 장소는 가수 이장희의 집과 공연장으로 유명한 울릉천국이었다. 주민들 반응이 기대 이상 뜨겁자, 당초 일주일만 진행하기로 했던 행사를 연장했다. 정씨는 “관람을 마친 주민들이 하나같이 '쓰레기가 많아 걱정이다'라는 말을 했다”며 “행사 이후 플로깅 울릉 참여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나리분지에서 문화 해설을 들으며 쓰레기를 줍는 ‘줍깅 챌린지’도 진행 중이다. 플로깅 울릉은 앞으로 수거한 쓰레기에 사연을 담아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검은색 비닐봉지 아래 바닷속 어린 물고기가 엄마 물고기에게 “왜 아침인데 아직도 어두워요”라고 묻는 얘기들이 담길 예정이다. 정씨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식으로 캠페인을 펼치려고 한다"며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신비의 섬 울릉도를 지키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