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의 변수 2030 여성들의 지지 방식
아이돌 팬과 유사한 행동으로 정치권에 새바람
비판기사엔 댓글로 '정화'... 당엔 소통 창구 요청
"우리 재덩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뭘 먹고 그렇게 귀여워?"
개딸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접(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과한 표현) 중 하나다. 이 같은 애정 표현은 웬만한 아이돌 팬클럽과 다를 바 없다. 이재명 의원 등 최근 특정 정치인을 향한 팬덤이 연예인 못지않음을 보여준다.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으로 2030세대 여성이 주축인 개딸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이돌 팬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답게 정치권에서 이 같은 팬질을 응용하거나 전파하는 속도가 확연히 빠르다. '돌덕'(아이돌 덕질)과 '정덕'(정치 덕질) 사이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아이돌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사진을 모으듯, 정덕들은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토론회 등 행사 사진을 수집한다. '홈마'(홈마스터·홈페이지에 고화질 사진을 게재하는 사람)들은 현장 사진을 확보해 신속히 보정해서 올리거나, 실시간 중계방송을 통해 '짤'을 따서 SNS에 공유하고 있다.
아이돌 팬이라면 소장하고 있는 응원봉을 정치권에 도입한 것도 이들이다. 커뮤니티 '더쿠'에서 익명의 개딸이 올린 응원봉 디자인이 열렬한 반응을 얻은 이후 실제 제작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의 오프라인 행사마다 등장하는 파란색 불빛은 여느 가수들의 콘서트장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이 의원과 닮은 동물 친칠라를 형상화한 봉제인형을 공구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위한 '계좌 열어'(후원)도 흔한 일이다.
개딸들은 서로를 '좌매'(좌파의 자매)라고 부른다. 이 의원이나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발견하면 곧장 정화 작업에 돌입한다. 포털 사이트 기사에 하루 최대 50개까지 댓글을 달 수 있다는 점에서 댓글을 '총알'이라 부른다.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을 보고 입당한 개딸들은 서서히 활동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뜻이 맞는 민주당 의원에게는 '언님'(의원님)이라 부르며 SNS로 적극 소통한다. 진성준 의원에게 '이긴성준'(이기다+성준)이란 별명을, 박찬대 의원에게는 '기똥찬대'(기똥차다+찬대)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정치 현안을 공유하면서 단순한 지지층이 아니라 정치 고관여층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재명의 개딸'에서 '민주당의 개딸'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개설한 '당원 청원시스템'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정치인과의 소통을 넘어 당에 공식 소통창구를 요구한 것이다. 문자폭탄 등에 비판 여론이 큰 만큼 공식 창구를 통해 당에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하고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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