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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을’ ASML

입력
2022.08.0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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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페터 베닝크(왼쪽)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올해 2분기 현재 받아놓은 주문량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세계적인 불황 우려로 반도체 수요는 줄고 있지만, 미래 생산능력을 늘리려는 삼성전자,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반도체 공룡들의 장비 주문이 몰리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ASML은 1년 전보다 35% 급증한 54억 유로(약 7조2,000억 원) 매출을 올렸는데, 이와 별도로 85억 유로(11조3,000억 원)어치 선주문도 새로 챙겼다.

□ ASML은 반도체 공정상 생산장비를 대는 하청업체지만 흔히 ‘슈퍼 을(乙)’로 불린다.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초미세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반도체 웨이퍼에 빛을 쏴 회로를 새겨주는 기계)를 만드는 회사는 세계에서 이곳뿐이다. 삼성전자든, TSMC든 이 장비 없이는 첨단 제품을 못 만드니 웃돈을 부르며 줄을 선다. 이재용 부회장도 2020년에 이어 올해 6월 이 업체를 또 찾아 구애를 했다. 제품 주문을 하면서도 상전으로 모시는 모양새다.

□ 1984년 설립 이후 ASML은 부단한 노력 끝에 오늘의 독점 지위에 올랐다. 초기 반도체 노광장비는 캐논, 니콘 등 일본업체가 장악했다. ASML은 다국적 협력을 통한 기술혁신을 지속했다. 독일 렌즈업체 칼 자이스 등 전 세계 700개 이상 공급사에서 30만 개 이상 부품을 받아 장비를 만든다.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한 회사로부터 매출의 3분의 1 이상은 공급받지 않는다. 매출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면서 절반은 공급업체에 지원한다. 복잡한 노광장비를 다루기 어려워하는 고객사에 직접 직원도 상주시켜 도와준다.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구조다.

□ ASML은 지난해 5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TSMC(41%), 삼성전자(31%)보다도 높다. 페터 베닝크 사장은 미국에도 중국에도 할 말을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 시도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훈수하더니, 중국 면전에서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며 세금을 냈다고 밝혔다. 모두 대체 불가 기술을 갖고 있어 가능한 배포다. 미중 틈바구니에 낀 한국이 갖춰야 할 슈퍼 을의 파워다.

김용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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