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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올라도 문 열고 장사할 텐가…현실이 된 그린플레이션

입력
2022.08.04 08: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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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너지 절감·효율성 잊은 대한민국
'개문냉방 마케팅' 여전히 성행
길에 뿌려지는 전기… 4배 더 소모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달 27일 오후 6시. 서울 강남대로 중심가인 신논현역(9호선) 8번 출구에서 강남역(2호선) 10번 출구로 이어진 500m 남짓 거리의 가게들 문은 대부분 열려 있었다. 신발가게, 옷가게, 오락실, 뷰티숍까지. 이곳을 걷는 약 10분 동안 상점 앞을 지날 때마다 에어컨 바람이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문을 활짝 연 곳만 10개, 또 다른 가게들은 자동문을 달아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차가운 공기를 내뿜었다. 한 옷가게 종업원은 "지점 방침"이라고만 했다. 가장 더운 시간대를 넘겼음에도 '빵빵한' 바람으로 지나가던 손님을 끌어모으는 이른바 '개문냉방(開門冷房) 마케팅'이다.

한국전력은 적자에 신음하고 산발적 전력 피크가 와도 일상 곳곳에서 전력 낭비는 진행형이다. 2010년대 초반 전력 낭비를 줄이자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문냉방 영업을 단속했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문을 열고 영업했을 때 들어가는 전력량은 문 닫았을 때보다 네 배 이상 많다고 나타났다. 2014년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연구 결과 냉방 실내온도를 25도로 설정해 둔 가운데 문을 닫았을 땐 472.7와트(W), 문을 열었을 땐 2,002W의 전력이 쓰였다.

문제는 그린플레이션이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단 점이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그린플레이션은 '에너지 전환 과도기 비용'을 뜻한다. 전 세계적 '탈(脫) 탄소' 정책으로 화석 연료로 대표되는 전통 에너지원 및 원자재 공급이 줄어들고, 풍력 및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전기 요금을 포함한 관련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프랑스는 최대 벌금 100만원 추진"

프랑스 한 시민단체 회원이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시내 상점의 야간 조명을 끄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한 시민단체 회원이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시내 상점의 야간 조명을 끄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최근 국제사회 전기 요금 정책은 우리나라와 온도차가 크다. 사실상 정부가 전기 요금을 통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한전이 전력을 살 때의 비용과 비교하면 많이 낮다 보니 전기를 많이 써도 거리낌이 없지만, 전기 요금 설정 기능을 시장에 맡긴 유럽 국가들은 풍력 발전량이 줄고 전통적 형태의 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 단가는 더 올라가자 전기 사용 규제 카드까지 꺼내는 등 전기 절약과 효율성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녜스 파니에뤼나셰르 프랑스 에너지전환 담당 국무장관은 최근 '르주르날뒤디망쉬'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냉난방 중인 점포가 문을 열어놓을 경우 최대 750유로(약 100만 원), 심야시간(오전 1~6시)대 조명 광고(공항 및 기차역 제외)를 송출할 경우 최대 1,500유로(약 2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효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나라(2019년 기준) 중 최하위 수준인 33위에 그치고 있다"며 "정부는 전기 요금 결정과 전력 거래 규칙 등을 정하는 전기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서두르고 전력 낭비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업 인센티브 강화 또는 개문냉방 단속 등 세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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