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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재개 반복… 욕설·고성에 박수까지… 숨 가빴던 대우조선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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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재개 반복… 욕설·고성에 박수까지… 숨 가빴던 대우조선의 하루

입력
2022.07.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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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원 파업 우여곡절 끝에 극적 마무리
오전부터 교섭 정회·재개하며 최종 문구 정리
손배 문제 미합의에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원청 금속노조 탈퇴 개표 땐 '부정 투표' 공방도
한달 '옥쇄' 끝낸 노조원, 박수 받으며 병원으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들과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협력사 대표들과 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원의 파업이 51일 만에 극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하루 종일 노사 교섭이 정회되고 재개되기를 반복하며 현장에선 긴장감이 돌았다. 그야말로 숨 가쁜 시간의 연속이었다.

전날 밤 잠정 합의안이 마련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이날 새벽 타결 가능성도 점쳐지기도 했지만, 노사는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두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해 다음 날로 결론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협상장을 오가는 교섭 관계자들 역시 혹여 교섭이 틀어질까 취재진을 향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양측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2시간 늦은 오전 8시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조선소에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양측 모두 타결을 목표로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50일째인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오른쪽)과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협력사 대표 등과 협상이 정회된 사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50일째인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오른쪽)과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이 협력사 대표 등과 협상이 정회된 사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4시쯤 교섭단 관계자가 잠정 합의안이 나왔다고 공식 언급하자 협상장인 대우조선해양 서문 금융센터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발표장에 모습을 드러낸 6명의 교섭단은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홀가분한 표정을 내비쳤다. 취재진 앞에서 잠정 합의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선 서로의 발언을 놓고 미묘한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회장은 “파업 51일이 51개월처럼 느껴졌다”고 말했고, 홍지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역시 “늦었지만 엄중한 사태를 해결할 수 있어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문제와 폐업한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를 내지 못한 부분을 두고는 양측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공농성을 벌인 하청지회의 한 조합원은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아쉬운 마음"이라며 "고생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금속노조 탈퇴는 제동... 부정 투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한 대우조선(원청노조)의 계획엔 제동이 걸렸다. 90%에 달하는 높은 투표율 속에 당초 분위기는 탈퇴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반대 표가 근소하게 앞서면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다 원청노조 측이 부정 투표 문제를 제기하면서 개표는 파행을 겪었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진행된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에는 조합원 4,726명 중 4,225명이 참여해 투표율 89.4%를 기록했다. 탈퇴를 위해선 투표자의 3분의 2인 2,817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개표는 오후 2시쯤부터 시작됐다.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 노조)에서 집행부가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지를 개표하고 있다. 뉴스1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 노조)에서 집행부가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지를 개표하고 있다. 뉴스1

1차 개표에서 찬성 674표, 반대 689표가 나왔지만, 뒤이어 시작된 2차 개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청 조합원들이 개표 과정에서 부정 투표를 주장한 것이다. 원청 조합 관계자는 “2차 개표 도중 일부 투표함에서 뭉치로 된 반대표가 무더기로 나왔다”고 주장하자, 투표장이 술렁이며 오후 2시 50분쯤 개표가 전면 중단됐다.

금속노조 측은 정상적인 투표였다며 원청 측에서 개표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반대 표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자, 원청 측에서 방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원청노조와 금속노조 측이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하기도 했다.

결국 개표는 전면 중단됐다. 양측은 모든 투표함을 경찰서로 옮겨 보관하고, 대우조선의 여름휴가가 끝나는 2주 뒤 재개표 또는 재투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된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독(선박건조시설)에서 한 달여간의 농성을 마친 후 1㎥ 철제구조물에서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유최안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대우조선 하청노사 교섭이 타결된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1독(선박건조시설)에서 한 달여간의 농성을 마친 후 1㎥ 철제구조물에서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31일 만에 옥쇄 해제 유최안... 병원 이송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꼭 한 달 동안 옥포조선소 1독 화물창 바닥에서 자신이 직접 용접한 1평짜리 옥쇄(철구조물) 안에서 시위를 하던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부지회장 역시 잠정 합의안 마련과 함께 농성을 해제했다. 그는 지금까지 동료 조합원들이 주는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기저귀를 차고 생리현상을 해결해왔다. 유씨는 좁은 공간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하면서, 관절 등의 손상이 심해 팔다리를 접고 펴는 것도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5m 철제 난간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하청지회 조합원 6명 역시 함께 농성을 해제했다. 유씨와 조합원들은 곧장 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씨가 옥쇄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자 동료 조합원 150여 명은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민주노총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관계자 등도 함께했다. 하청지회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동료와 가족들을 만나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거제=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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