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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참이슬' 소주병, '처음처럼'이 돼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입력
2022.07.20 04:30
수정
2022.07.20 07:5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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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병 95% 이상 재사용
용기 반환→회수→세척·검수 거쳐 새 병으로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소주.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소주. 연합뉴스

직장 상사 잔소리 스트레스에 오늘도 집 앞 슈퍼에 들러 녹색 병 하나를 사서 들어갑니다. 지난달 슈퍼에서 소주 한 상자를 샀는데, 한 병이 추가됐으니 오늘로 21병이 모였습니다. 병 한 개당 보증금이 100원이니 이 병들을 슈퍼에 갖다 주면 2,100원을 받을 수 있겠네요.

슈퍼에 갖다 준 그 수많은 초록 병이 새 병으로 탈바꿈해 다시 우리집 냉장고에 와 있다면 어떨까요? 이런 상상에서 오늘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과연 이 병은 어떻게 다시 우리 손에 오게 되는 걸까요? 지금부터 헌 소주병이 새 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소매점→도매업체→제조사로

14일 서울 강남구 한 음식점에 도매업체가 주류를 납품하고 있다. 윤한슬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한 음식점에 도매업체가 주류를 납품하고 있다. 윤한슬 기자

슈퍼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가정용 소주, 음식점·유흥업소 등에서 파는 유흥용 소주의 병이 재사용되는 과정은 결국 같습니다. 빈 병을 누가 모으는지 차이만 있을 뿐이죠.

소비자가 빈 병을 모아 슈퍼나 대형마트 등에 가져가면 소매점들은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건네고 빈 병을 보관해둡니다. 차곡차곡 쌓아둔 빈 병은 술을 납품하러 온 도매상에게 전달됩니다. 소매점은 도매상에게 빈 병을 주고, 도매상으로부터 새 소주와 보증금을 건네받습니다. 마치 두꺼비에게 헌집을 주고 새집을 받는 식이죠.

음식점이나 유흥업소도 마찬가지로 손님이 마신 빈 병을 모아둡니다. 일반 소매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런 업소에선 각 소주 브랜드 명칭이 씌어 있는 플라스틱 박스에 병을 모은다는 점이에요. 물론 브랜드별로 빈 병을 모아두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분명 '처음처럼' 플라스틱 상자인데 '참이슬'이나 '한라산' 같은 다른 회사의 제품이 섞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류 생산업체(제조사) 직매장에서 빈 병을 회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주류 생산업체(제조사) 직매장에서 빈 병을 회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도매업체는 빈 병이 든 플라스틱 박스를 트럭에 가득 싣고 제조사 공장 직매장으로 향합니다. 직매장은 일종의 물류창고예요. 지역마다 공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공장에서 만든 소주를 전국 각지에 있는 직매장으로 보내고, 도매업체가 여기서 소주를 받아 소매점으로 판매하는 식이라고 해요.

여기서 빈 병이 회수되면 도매업체는 빈 병(빈용기) 보증금을 관리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로부터 보증금을 받습니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술 제조사로부터 미리 받아둔 보증금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니, 결국 보증금은 제조사로부터 나온 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검수→세척→검수 거쳐야 새 소주병으로

빈 병이 재사용되는 과정.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공

빈 병이 재사용되는 과정.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제공

이제 직매장에 빈 병이 모였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물류창고에서 공장으로 향하기 전에 심하게 파손된 상품은 없는지 검수를 하기도 하고, 공장에서 검수를 하는 제조사도 있습니다.

그다음엔 초록색 소주병인지 아닌지 분류 작업을 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초록색 소주병은 제조사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용병이에요. 2009년 10개 주요 소주 업체들은 소주병을 함께 이용하기로 합의했는데, 당시 가장 많이 유통되던 360㎜ 용량의 참이슬 병이 공용병이 됐어요. 그런데 간혹 경쟁 업체가 만든 비공용병도 들어오다 보니 분류작업은 필수입니다. 비공용병은 따로 모아뒀다가 해당 업체와 교환해야 하거든요.

쓸 수 있는 병만 모은 뒤에는 라벨과 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한 세척과정을 거칩니다. 30분 이상 세척하고, 80도 이상 고온에서 살균 및 건조를 한다고 해요. 세척한 빈 병들은 빈용기 검사기(EBI, Empty Bottle Inspector)로 옮겨집니다. 카메라를 통해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병을 선별하게 됩니다. 여기서 살아남은 빈 병만이 새 소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새로 만든 병이나 재사용한 병이나 똑같아요. 소주를 담은 뒤 제품검사기(FBI, Full Bottle Inspector)에서 손상이 없는지 다시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육안 검사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새 소주병으로 탄생합니다.

95% 이상 재사용… 버린 병도 다시 쓴다

연도별 빈용기 출고량 및 회수율. 그래픽=김문중 기자

연도별 빈용기 출고량 및 회수율. 그래픽=김문중 기자

소주병뿐만 아니라 맥주병, 음료수병도 같은 방식으로 재사용하고 있어요. 12개 제조사가 만든 100종 이상의 제품이 해당합니다. 전체 빈 병을 기준으로 회수율이 95% 이상에 달한다고 해요.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출고된 20억5,200만개 중 19억3,500만 개가 되돌아와 94.3%의 회수율을 기록했습니다. 깨진 병을 제외하고 대부분 재사용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어라, 나는 빈 병을 반환하지 않고 분리배출로 버리는데?" 슈퍼에 가져가기 귀찮아서 분리배출로 병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용 빈 병의 경우 반환율이 60%대에 불과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전체 회수율이 95%냐고요? 비밀은 분리배출에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등에서 분리배출로 버린 빈 병은 폐기되지 않고 공병을 모으는 공병상이 수거해갑니다. 공병상은 빈 병을 모아 직매장이나 공장에 갖다 주고 취급수수료를 받습니다. 도매업체의 역할을 공병상이 대신 한다고 보면 돼요. 물론 소비자는 빈 병을 버렸으니 보증금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깟 100원일지 모르겠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선 큰 의미를 가집니다. 마재정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빈 병을 재사용하면 생산단계에서 원자재 소비를 줄일 수 있고, 공정과정에서 에너지가 절약돼 탄소 절감 효과도 있다"며 "폐기시 매립에 들어가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적 효과도 있고, 환경보호도 실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에요. 그러니 소주 한 병, 음료 한 병을 마실 때 병을 너무 험하게 다루면 안 되겠죠?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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