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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가 방조하는 살인들

입력
2022.07.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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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누르 무카담

2021년 7월 누르 무카담을 위한 사법 정의와 페미사이드 근절을 촉구하는 파키스탄 여성들. 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7월 누르 무카담을 위한 사법 정의와 페미사이드 근절을 촉구하는 파키스탄 여성들. 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 27세 여성 누르 무카담(Noor Mukadam)이 2021년 7월 20일 동갑내기 남성 자히르 자페르에게 강간당한 뒤 목이 잘려 살해됐다. 무카담은 주한 대사 등을 지낸 전직 외교관 딸이었고, 범인은 대형 건설업체 CEO의 아들. 둘은 한때 연인으로 가족끼리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 다음날 새벽 뉴욕행 비행기로 출국할 예정이니 잠깐 만나자는 자페르의 전화에 무카담이 응한 것도 그래서였다. 18일 밤 9시 무렵이었다.

자페르는 공항에 가려고 예약했던 택시를 돌려보낸 뒤 항공권 예약을 변경하려다 실패한 뒤 다시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가던 중 ‘제 시간에 도착하기 힘들겠다’며 차를 돌려 집으로 되돌아갔다. 무카담도 함께 있었다. 19일 새벽 2시 30분.

이슬라마바드 부촌(Sector F-7/4)의 자기 집에 돌아온 자페르는 청혼을 했고, 무카담이 거절하자 너클 더스터(주먹에 끼는 흉기)를 끼고 폭행한 뒤 강간 살해했다. 20일 저녁 7시 35분 무렵 무카담이 발코니를 넘어 피신을 시도했다가 자페르와 집 경비원에게 붙잡힌 장면도 CCTV 영상에 담겨 있었다. 경찰은 탈출 시도 직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범행 직후 자페르는 자기 부모에게 전화했고, 부모는 자페르가 근무하던 재활·심리치료센터(Therapy Works)에 전화를 걸어 ‘아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며 도움을 청했다. 자페르는 출동한 센터 직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파키스탄 법원은 이듬해 2월 자페르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방조 혐의로 정원사와 경비원에게 각 10년형을 선고했다.

지난 6월 이집트 만수르대 20세 여학생이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며칠 뒤 요르단 19세 여학생이 데이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남성에 의해 각각 살해당했다. 약 1년 뒤인 지난 7월 15일 한국 인천 인하대 여학생이 유사한 정황으로 피살됐고, 동급생 남학생이 준강간치사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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