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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안락사를 논하기 전에

입력
2022.07.1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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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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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력존엄사'를 허용한다는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개정안의 이유는 여론조사에서 80%가 안락사에 찬성하고, 임종환자가 아니라도 본인의 의사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론 조사에서 언급된 안락사가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없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이미 연명의료결정법이 좁은 의미의 소극적 안락사는 허용하고 있고, 과거에도 여론조사에서 존엄사에 80%는 찬성해왔다. 인간의 존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죽을 권리를 허용하자는 사람들이나,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 사용한다. 언론은 소극적 안락사와 존엄사 개념을 거꾸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존엄사라는 용어는 학계에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일반인에게 모호한 개념인 안락사나 존엄사에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은 무의미하다. 이 개정안도 '조력존엄사'는 존엄이라는 용어로 포장하고 있지만 결국 '의사조력자살'을 의미한다.

안락사나 존엄사 논의의 중심인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생명·신체에 대한 불가침권'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자신의 신체에 이루어지는 특정 의료행위에 대하여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환자가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경우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연명의료를 거부함으로써 그 반사효과로서 죽음을 맞이할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자살할 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적극적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의 문제는 소극적 안락사나 존엄사와는 차원이 다른 논의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살할 권리를 논의하기 전에 환자가 원하지 않는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하고 있는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임종환자가 아니면 연명의료중단의 요청을 허용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홍보했던 사전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도 임종환자가 되어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반대로 말하면 임종환자가 되기 전까지는 연명의료를 거부하더라도 의사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고, 환자는 연명의료를 강제로라도 받아야 하며 그 비용도 환자 또는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환자의 결정과 무관하게 임종환자가 되기 전까지는 살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는 동안 국가와 사회에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지 국가와 사회에 살아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기 전까지 연명의료를 환자가 결정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해하는 법이다. 임종환자가 되어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다.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중단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조력자살을 말하기 전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것부터 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논거 중에 의료비에 의한 남겨진 가족의 경제적 상황이 등장한다. 국가의 임무는 국민에게 살아야 할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의료비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연명의료중단을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비 걱정 없이 연명의료 지속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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