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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 빌렸다 피눈물 흘리는 개도국...일대일로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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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 빌렸다 피눈물 흘리는 개도국...일대일로의 '함정'

입력
2022.07.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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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국 상환 가능성 덜 따지는 '쉬운 대출'
"결과적으로 중국 의존도 높이려는 목적"
인도네시아·잠비아 등도 경제위기 겪어

13일 스리랑카의 반정부 시위대가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리 집무실을 습격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다 5월 공식 채무불이행(국가부도)에 돌입했다. 콜롬보=AP

13일 스리랑카의 반정부 시위대가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리 집무실을 습격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다 5월 공식 채무불이행(국가부도)에 돌입했다. 콜롬보=AP

스리랑카를 비롯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한 국가들이 휘청이고 있다. 높은 이율의 '차이나 머니'를 빌려 빚이 쌓인 상태에서 세계적 경제 위기까지 닥쳐 사실상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본을 무기로 삼은 중국의 '부채 외교'가 각국 경제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쉬운 대출' 빠진 저·중소득국…"빚 갚으려 빚낸다"

지난달 28일 스리랑카 콜롬보의 한 주유소에서 무장 군인들이 필수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에게 주유권을 배포하고 있다. 국가부도를 맞은 스리랑카는 연료를 구매할 외화가 없어 이날부터 보건, 대중교통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외환 모든 연료 판매를 2주간 중단했다. 콜롬보=EPA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스리랑카 콜롬보의 한 주유소에서 무장 군인들이 필수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에게 주유권을 배포하고 있다. 국가부도를 맞은 스리랑카는 연료를 구매할 외화가 없어 이날부터 보건, 대중교통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외환 모든 연료 판매를 2주간 중단했다. 콜롬보=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리랑카에서 시작된 국가부도 위기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한 다른 저·중소득 국가들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참여국의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자금을 빌려주는 대외 전략이다.

문제는 중국이 차관을 너무 쉽게 제공한다는 데 있다. 보통은 채무국의 경제 규모와 정치 청렴도, 상환 가능성 등을 까다롭게 평가해 차관을 제공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느슨하다. 저·중소득국 입장에선 매력적인 선택지였지만, 최근 코로나19 등 악조건이 겹치며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더 받는 악순환에 빠졌다.

스리랑카가 대표적 예다. 라자팍사 정권은 2005년부터 20년간 통치하며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았다. 이 돈으로 공항과 항구 등을 지었지만, 수익은 미미했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해 중국에서 14억 달러(약 1조8,282억 원)를 빌려 지은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2017년부터 99년간 중국에 넘겨야 했다. 2020, 2021년엔 기존 부채를 감당하려고 30억 달러를 중국에서 또 빌려왔다. 미국의소리(VOA)방송 등에 따르면 현재 스리랑카의 510억 달러 규모 해외 부채 중 10~22%가량이 중국 몫으로 추산된다. 카비르 하심 스리랑카 전 재무장관은 "결과적으로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한 사업 추진을 위해 중국에 빌렸던 돈을 갚으려고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출 제공 목표는 중국 의존도 높이기"

2014년 9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마힌다 라자팍사 당시 스리랑카 총리와 함께 스리랑카 콜롬보를 찾아 중국이 투자한 콜롬보 '포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한 후 이동하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2014년 9월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마힌다 라자팍사 당시 스리랑카 총리와 함께 스리랑카 콜롬보를 찾아 중국이 투자한 콜롬보 '포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한 후 이동하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내세워 '부채 함정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대국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대출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이자율(4%)은 세계은행(WB) 등이 제공하는 차관보다 약 4배 높고, 채무국에 경제위기가 닥쳐도 채무를 조정해주는 대신 종종 변제 기한만 늘려준다. 막대한 부채의 원인을 제공하고 채무조정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건설에 드는 자금을 대부분 중국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코로나19 등의 문제로 공사가 지연됐고, 사업비는 86조5,000억 루피아(약 7조6,000억 원)에서 114조2,400억 루피아(약 10조 원)로 32%가량 늘었다. 당장 국가채무로 잡히진 않지만 추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숨은 부채'나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잠비아도 무분별한 '차이나 머니' 대출에 결국 지난 2020년 디폴트를 선언했다.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 부채는 120%에 달했다. 약 173억 달러의 해외 채무 중 58억 달러가 중국에서 나온 돈이었다. 2021년 잠비아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협의가 시작됐지만, 이마저 중국의 방해로 지연됐다. 한 관계자는 WSJ에 "디폴트 전 중국 정부는 잠비아에 빚 갚는 걸 도와주겠다며 또 대출을 제공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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