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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성지' 통영 매물도… 동생의 인기 형이 잇는다

입력
2022.07.15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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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 섬에 가다 : 경남 통영 매물도
매일 통영서 3번, 거제서 4번 선박 입항
소매물도 등대섬 TV광고로 먼저 인기
대매물도 폐교터 덕분에 '캠핑 섬' 등극
올해 돌미역 풍년... 70대 해녀는 현역
방문객들 감탄사 "너무 소문 나면 곤란"

편집자주

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국가 한국. 그러나 대부분 섬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역사회 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우리의 섬과 그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하늘에서 본 경남 통영시 매물도 전경. 왼쪽부터 대매물도 당금마을, 대항마을, 멀리 소매물도가 보인다. 전준호 기자

하늘에서 본 경남 통영시 매물도 전경. 왼쪽부터 대매물도 당금마을, 대항마을, 멀리 소매물도가 보인다. 전준호 기자


소매물도 상공에서 바라본 대매물도 전경. 산 중턱은 구름 바다다. 전준호 기자

소매물도 상공에서 바라본 대매물도 전경. 산 중턱은 구름 바다다. 전준호 기자


외로울 틈 없는 한려수도의 섬

한려수도의 섬들은 도무지 외로울 틈이 없다. 바다는 망망대해인데 섬들은 옹기종기 형제자매 아니면 이웃이다. 매물도도 그랬다. 가는 길에만 죽도 장사도 대덕도 가왕도 어유도를 거쳤고 시선이 끝나는 곳에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병풍처럼 바다를 감싸안고 있었다.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독도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장마철 비 예보가 살짝 주춤한 지난 6일 부리나케 매물도로 향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섬 날씨는 육지 일기예보와는 많이 달랐다. 흐림에 강수확률 30 예보였지만, 섬에선 따가운 햇살에 살갗이 빨갛게 익을 정도였다. 야트막한 산허리를 넘어선 능선은 하루 절반 구름의 세계이기도 했다.

하늘에서 본 대매물도 당금마을 전경. 능선에 캠핑의 성지인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 폐교 부지가 보인다. 전준호 기자

하늘에서 본 대매물도 당금마을 전경. 능선에 캠핑의 성지인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 폐교 부지가 보인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앞바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대항마을의 오르막길 경사는 보기와 달리 엄청 가파르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앞바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대항마을의 오르막길 경사는 보기와 달리 엄청 가파르다. 전준호 기자

이날 오전 11시 경남 거제시 가조항을 떠난 배는 30분 만에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대매물도 당금마을에 닻을 내렸다. 10분 후에는 대항마을, 또 10분 후에는 소매물도에 잠시 머물다 가조항으로 돌아오는 여객선이었다. 당나라 비단을 닮았다는 당금에는 1명, 큰 항구인 대항에는 5명, 소매물도에는 6명이 내렸다.

캠핑의 성지로 부상한 대매물도 한산초교 매물분교 폐교터

매물도는 동생인 소매물도가 형인 대매물도보다 먼저 유명세를 치렀다. TV광고로 알려진 등대섬이 밀물 때 하루 두 번 소매물도와 연결되는 모세의 기적 때문이다. 여전히 소매물도를 찾는 인파가 많지만 최근에는 대매물도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한국섬진흥원이 올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찾아가고 싶은 여름섬' 15개를 선정하면서 캠핑섬으로 매물도를 꼽은 데다, 캠핑 성지로 부상한 폐교터가 대매물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광주시에서 온 이승준씨가 대매물도 한산초교 매물분교 폐교터에 텐트를 치고 노트북컴퓨터를 보고 있다. 전준호 기자

경기 광주시에서 온 이승준씨가 대매물도 한산초교 매물분교 폐교터에 텐트를 치고 노트북컴퓨터를 보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폐교터에 먼저 온 김도성(오른쪽)씨가 나중에 온 우정화씨의 텐트 설치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폐교터에 먼저 온 김도성(오른쪽)씨가 나중에 온 우정화씨의 텐트 설치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한산초교 매물분교 폐교터에 텐트가 2개 설치돼 있다. 주말이면 이곳은 20개 안팎의 텐트로 가득 찬다고 한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한산초교 매물분교 폐교터에 텐트가 2개 설치돼 있다. 주말이면 이곳은 20개 안팎의 텐트로 가득 찬다고 한다. 전준호 기자

이날 대항마을에 내려 여장을 풀고 가장 먼저 대매물도 5.2㎞ 둘레길인 해품길을 따라 1㎞ 떨어진 당금마을을 찾았다. 폐교터인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가 당금에 있었다. 이 분교는 1963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학생을 받다가 폐교됐다.

동·서쪽 바다가 동시에 내려다 보이는 폐교 마당에는 뙤약볕 아래 텐트 2개와 설치도 하지 않은 장비 하나만 있었고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둘러보니 한 명은 폐교 동편 아래 몽돌해변에서 나홀로 수영을 즐기고 있었고, 두 명은 서편 선착장 구판장 바깥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매물도는 통영항과 거제 저구항에서 갈 수 있다. 강준구 기자

매물도는 통영항과 거제 저구항에서 갈 수 있다. 강준구 기자

경기 광주시에서 왔다는 이승준(48)씨는 국내에서 이 폐교터가 캠핑장으로는 최고라고 엄지를 세웠다. 2015년 이곳을 처음 찾은 후 이날이 4번째라는 그는 "국내 여러 곳을 많이 다녀봤지만 밤하늘과 바다 전망이 좋고, 언제든 해수욕을 할 수도 있으며 물과 매점, 화장실도 잘 이용할 수 있어 으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해와 서해 모두 다녀봤지만 남해가 가장 좋다"며 "주말이면 20개 안팎 텐트가 가득 차는 매물도 캠핑장이 자꾸 소문나면 곤란하다"며 웃었다.

대구에서 온 우정화씨도 "평소 산을 다니다 코로나를 피해 섬으로 왔다"며 "조용하고 상업화되지 않은 매물도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우씨가 텐트 치는 것을 도와주던 김도성(34)씨는 "주말 인파를 피해서 평일에 왔다"며 "처음 와보는 섬인데 느낌이 남다르다"고 흐뭇해했다. 이날 대매물도 폐교터는 오롯이 이들 3명의 세상이었다.

대매물도 대항마을 방파제에서 강태공들이 바다낚시를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대항마을 방파제에서 강태공들이 바다낚시를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돌미역과 고구마 옥수수 그리고 민박

낚시꾼들도 이 섬을 사랑했다. 대매물도와 어유도 사이 '매도'로 불리는 조그만 칼바위섬에는 이날 낮에도 대여섯 명의 강태공이 바다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대항마을에 내려 방파제 낚시를 하던 김원한(65)씨는 "주로 전남 여수 쪽에서 낚시를 했는데, 매물도는 처음"이라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대매물도 당금마을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당금마을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 전준호 기자

매물도에는 90가구 144명의 주민이 등록돼 있다. 대매물도가 62가구 99명, 소매물도가 28가구 45명이지만 절반 넘게 육지생활을 하다가 간혹 섬을 찾는다. 주민들은 2월에는 방풍나물, 3월에는 돌미역을 채취하고 고구마나 옥수수를 키우며 펜션과 민박 운영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당금마을에서 펜션과 구판장을 운영하는 김진미(53)씨는 "20여 년 전 매물도로 시집올 때만 해도 하루에 배 한 대만 다녔지만 지금은 통영서 3번, 거제서 4번 배가 들어올 정도로 육지와 왕래가 잦다"며 "작은 딸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폐교가 되는 바람에, 큰 딸이랑 같이 육지로 유학을 떠나 지금은 도시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대매물도 대항마을에 사는 고어진 할머니가 밭에서 잡풀을 뽑으며 멧돼지 걱정을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대항마을에 사는 고어진 할머니가 밭에서 잡풀을 뽑으며 멧돼지 걱정을 하고 있다. 전준호 기자

이곳에는 아직도 해녀가 있었다. 대항마을의 수정호 선장 강수용(58)씨는 매년 3, 4월이면 평균 연령 70세인 해녀 3명과 함께 돌미역을 채취해 직접 팔기도 하고 통영의 건어물상에 넘기기도 한다. 다만 "몇 년 전까지 해녀가 7명이나 됐지만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며 아쉬워했다.

매물도 주민들도 바다 건너온 멧돼지 고민

가파른 언덕 밭에서 잡풀을 뽑고 있던 고어진(82) 할머니는 20대 초반에 매물도로 시집 와서 자식 5남매를 모두 육지로 떠나보냈다. "고구마 심어야 하는데 멧돼지 때문에 골치"라며 할머니가 푸념하자, 강수용씨는 "며칠 전 바다로 헤엄쳐오는 멧돼지 한 마리를 올가미로 묶어 잡았다"며 무용담을 펼쳤다.

강씨에 따르면 5년 전부터 멧돼지가 인근 섬에서 헤엄쳐 건너와 150마리나 되던 매물도 염소를 잡아먹어 지금은 10마리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대매물도 길가에 '하루를 살아도 매물도 사람처럼'이라고 쓰인 글귀가 이방인의 경계심을 허물고 있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길가에 '하루를 살아도 매물도 사람처럼'이라고 쓰인 글귀가 이방인의 경계심을 허물고 있다. 전준호 기자

이곳은 길고양이 천국이기도 했다. 삐쩍마른 고양이들은 영역 다툼으로 하루해가 저물고, 새끼 고양이들은 이름까지 지어준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해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대항마을 남서쪽에 꼬돌개라는 슬픈 지명이 나온다. 초기 이주민 모두가 1825년 흉년과 괴질로 사망한 곳이다. 한꺼번에 꼬돌아졌다(쓰러졌다)며 생긴 이름이다. 해발 210m 장군봉 전망대 옆에는 일제가 대포 진지로 만든 바위굴이 슬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대매물도 당금마을을 거쳐 대항마을로 여객선이 입항하고 있다. 이 배는 잠시 머물다 소매물도로 간다.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 당금마을을 거쳐 대항마을로 여객선이 입항하고 있다. 이 배는 잠시 머물다 소매물도로 간다. 전준호 기자


소매물도와 등대섬, 하루 2번 '모세의 기적'

7일 오전 9시 10분쯤 까마귀들이 떼지어 선착장 주변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흔치 않은 광경을 뒤로 하고 소매물도행 배를 탔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길은 경사 40도 안팎의 오르막과 내리막이었다. 해발 152m 망태봉 정상 근처서 숨이 턱에 닿을 즈음 평지의 나무터널을 지나면 '쿠크다스' 광고로 유명한 등대섬이 오른편 시야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초록색 섬, 회색 절벽, 흰 기둥에 붉은 지붕 등대, 주황색 지붕의 항로표지관리소 건물을 보면 등대섬이 사랑 받는 이유를 따로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장면 한 컷으로 충분했다.

대매물도보다 먼저 유명세를 탄 소매물도 마을 전경. 전준호 기자

대매물도보다 먼저 유명세를 탄 소매물도 마을 전경. 전준호 기자

오전 10시 30분쯤 두 섬을 잇는 70m 남짓 몽돌해변은 발목 정도 바닷물이 차 있었다. 신발 벗고 바다를 즐기는 방문객 주위로 유람선 한 척이 한가로이 등대섬 촛대바위와 글씽이굴 주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한 관광객이 소매물도와 몽돌해변으로 연결되는 등대섬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있다. 전준호 기자

한 관광객이 소매물도와 몽돌해변으로 연결되는 등대섬을 카메라 렌즈에 담고 있다. 전준호 기자

10여 년 전 광고를 찍은 대기업이 이 섬에 투자할 당시 이장을 했다는 김태우(57)씨는 당시 광고에서 착안해 펜션 이름도 쿠크다스로 지었다. 섬 생활 17년인 그는 코로나19 전에만 해도 평일 하루 200여 명, 주말 2,000여 명이던 방문객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한다.

소매물도는 화려하지만 풀리지 않는 숙제도 있다. 섬 원주민과 외지 정착민들의 고소·고발로 얽힌 앙금이 여전했다. 섬 주인의 위상을 간직하고픈 원주민과 미래를 소매물도에 건 정착민들은 수십 년째 장벽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김인룡 통영시 홍보행정팀장은 "매물도를 찾을 때는 썰물 시간대에 맞춰 등대섬에도 건너가보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홀로 캠핑도 하면서 섬의 매력에 빠져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캠핑의 성지 매물도 드론 촬영. 전준호기자

캠핑의 성지 매물도 드론 촬영. 전준호기자




매물도는

위치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매물도
인구 90가구 144명
산업구조 어업 30%, 농업 25%, 서비스업 등 기타 45%
주요 특산품 돌미역 방풍나물




통영=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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