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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첩보 삭제 의혹 거듭 부인 "메인 서버에 남는데...바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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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첩보 삭제 의혹 거듭 부인 "메인 서버에 남는데...바보 아냐"

입력
2022.07.07 10:30
수정
2022.07.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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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일언반구도 없이 고발...전직 원장에 예의 없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6일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 승모루 부근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6일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 승모루 부근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7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보고서 무단 삭제 지시 혐의 등으로 국정원이 자신을 고발한 것에 대해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는 (삭제 기록이) 남는다"고 반발했다.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는 취지로 북한군에 구조 요청했다는 감청 기록을 확보하고도 이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경우 PC를 사용하면 바로 서버로 연결이 된다. 삭제를 해봤자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1일 이대준씨가 서해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다루는 과정과 관련한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일 고발됐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건 직후인 9월 22, 23, 24일 국정원이 보고할 게 없다고 해서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다 삭제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메인 서버 절대 못 지운다"

2021년 2월 당시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당시 서훈(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원장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하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먼저 "국정원이 첩보 문서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중요한 건 삭제를 했다고 해도 국정원 서버에 남는다. 제가 (삭제) 지시하면 지시한 날도, 삭제된 것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종이로 보고하고 (첩보 보고서) 종이를 삭제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도 "국정원은 컴퓨터(PC)를 사용하면 바로 서버로 연결된다"고 반박했다. 보고서를 프린트했다면 기록이 남는다는 말이다.

국정원은 최근 1급 부서장 27명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한 뒤 고강도 내부 감찰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관한 내부 진술을 받고,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원장은 이에 대해 "국정원 감찰이나 감사는 굉장히 고강도다. 이러한 것들(의혹)이 나왔을 때 전직 원장, 직원도 반드시 감찰, 감사를 해야 한다"면서도 "저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전화 한마디도 없이 검찰에 고발했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도 틀렸고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예의도 없는 짓"이라는 말이다.

'서버에 들어가 (국정원장, 국방장관, 합참의장, 정보사령관과의) 공유 문서 자체를 삭제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본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삭제를 하면) 정권이 바뀌고 나서 그 기록을 볼 수 있는데, 감옥에 가려고 하는 국정원장이나 직원이 누가 있겠나"라고 했다.


"'나는 공무원' 이대준씨 北에 관등성명...이미 나온 얘기"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 연합뉴스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이날 고 이대준씨가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 달라'는 취지로 북한군에 구조 요청했다는 감청 기록을 확보하고도 국정원이 이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해수부 공무원이 관등성명을 북한에다 얘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관련된 얘기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저도 그 얘기를 했다"는 설명이다. 박 전 원장은 당시의 원 첩보에 대한 출처 관련해선 "국정원법상 얘기를 할 수 없다"며 "한미 정보동맹이 철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안심해도 좋다"고 답했다.

국방부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발생 무렵 기밀정보 상당수를 무단 삭제했다는 전날 KBS보도에 대해서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전 원장은 "과거처럼 국정원장이 국방장관에게, 합참의장에게, 정보사령관에게 이거 삭제해라 하고 지시할 국정원도 아니고 원장도 아니고 또 그것을 수용할 국방장관도, 합참의장도 정보사령관도 없다"고 강조했다.

상명하복과 기밀유지가 생명인 정보기관이 전직 수장을 직접 고발한 건 이례적이다. 출범 두 달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의 '흔적 지우기'를 본격화하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원장도 국정원이 자신을 고발한 이유를 그렇게 짐작했다. 그는 "개혁된 국정원에서 우리 직원들은 이런 짓(고발)을 안 한다. 과거 직원들이 국정원으로 돌아왔다는데, 자기들이 과거에 하던 일을 지금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바보짓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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