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영상, 브레이크등, 그리고 5G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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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영상, 브레이크등, 그리고 5G 통신

입력
2022.06.30 19:00
수정
2022.07.0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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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고재현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편집자주

분광학과 광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고재현 교수가 일상 생활의 다양한 현상과 과학계의 최신 발견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알기 쉽게 조망합니다


최근 공개된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 이미지. 연합뉴스

최근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영상이 발표돼 화제다. '사건지평선 망원경' 국제 협력단은 지구 위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를 촬영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5,500만 광년 떨어진 초대질량 블랙홀 M87의 영상을 역사상 최초로 측정한 후 두 번째 쾌거다.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블랙홀 영상, 5G 통신, 차의 브레이크등: 이 셋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전자기파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현대 인류 문명을 전자기파 문명이라 부를 정도로 인류는 전자기파를 활용한 과학과 기술에 크게 기대고 있다.

전자기파는 이름 그대로 파동 현상의 하나다. 파동이란 수면파나 음파처럼 어떤 매질이나 성질이 진동하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물리적 현상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빛(가시광선)도 전자기파의 식구다. 파동 현상은 파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령 물 위에 수면파가 생기면 물이 한 번 출렁거리며 진행하는 거리가 파장이다. 전자기파를 파장이 긴 성분부터 짧은 쪽으로 호명하면 전파,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의 순서로 분류된다. 일상에서도 많이 들어본 용어들이지 않은가?

자동차 브레이크등 ⓒ게티이미지뱅크

이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차의 브레이크등은 빨간색이다. 많은 문명에서 빨강은 경고나 위험을 상징했다. 그런 맥락에서 운송수단의 정지를 알리는 램프의 색으로 적합했을 것이다. 하지만 빨간색이 주는 과학적 장점도 있다. 빨강은 인간의 눈이 지각하는 무지개색 중 파장이 가장 긴 빛이다. 파장이 길면 공기 중 미세한 먼지 입자들에 의한 산란이 상대적으로 적어 더 먼 거리까지 퍼질 수 있다. 게다가 긴 파장의 빛은 큰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을 피해 돌아가는 능력이 뛰어나 장애물 뒤 자동차의 존재를 알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런 성질은 긴급한 상황에서 교통사고의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성질은 가시광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 영상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의 모습이 아니다. 은하 중심부 근처는 성간 물질과 먼지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서 가시광선이 이를 뚫고 나오기는 힘들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긴 전자기파는 성간 먼지에 의한 영향이 훨씬 적어 블랙홀 관측에 유리하다.

사실 블랙홀 자체를 찍는 건 불가능하다. 블랙홀은 거대한 질량 때문에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어 그저 완벽한 검정으로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건 블랙홀의 막대한 중력에 끌려서 그 주변을 격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물질들이 내는 전자기파다. 이 중 과학자들이 선택한 것은 블랙홀 주변의 원반 물질들이 내는 강한 전파 신호 중 1.3㎜ 파장의 마이크로파였다. 이 전파의 영상에 적당한 색을 입혀 밝기와 분포를 표현한 것이 이번에 공개된 블랙홀의 이미지다.

5G 3.5㎓ 주파수 대역의 소형기지국 ⓒ게티이미지뱅크

파동의 이런 성질은 각종 통신에도 영향을 미친다. 휴대폰에 사용되는 5G 통신은 원래 3.5㎓와 28㎓ 등 두 가지 주파수 대역을 고려했고 현재는 주로 3.5㎓ 대역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주파수가 증가하면 전자기파의 파장이 짧아지고 장애물을 돌아가는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28㎓ 대역의 전자기파는 정보 전달 측면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이 많은 환경에서 불리하다. 그만큼 소형기지국을 더 많이 설치할 필요가 있어 망 구축에 드는 비용이 증가한다.

이처럼 파장이 길수록 장애물을 효과적으로 돌아가는 파동의 성질은 램프나 무선 통신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우주 관측에 이르기까지 전자기파를 활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관측과 설계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전자기파를 더 잘 이해할수록 이의 응용 분야는 넓어질 것이다. 과연 현대를 전자기파 문명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고재현 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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