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경찰 동원해 '댓글공작' 혐의
'노무현 명예훼손' '건설업자 금품수수' 실형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온라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게 하는 등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발언 등으로 복역했던 조 전 청장은 이번이 세 번째 실형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청장은 2010~2012년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경찰청 보안국과 정보국 소속 경찰관을 동원해 댓글을 달게 지시하는 등 사이버 여론 대응 활동을 주도한 혐의로 2018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정보 경찰들은 당시 차명계정과 해외 IP등을 이용해 일반인으로 위장한 뒤 천안함, 연평도 포격, 구제역, 유성기업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등 여론이 첨예하게 갈렸던 사회 현안과 관련해 정부나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 1만2,880여 개를 작성해 게시했다.
조 전 청장 측은 "공익 목적을 갖고 직무를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한 행위"라며 "경찰에 대한 비난에 대응하는 게 어떻게 정치공작이고 댓글공작인가"라는 말과 함께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조 전 청장의 혐의 전부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인터넷 여론 대응 조직을 꾸리고 소속 경찰관들에게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행위를 '직권을 남용해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들로 하여금 일반인인 것처럼 댓글을 작성하게 한 행위는 동기나 목적과 상관없이 국가기관이 몰래 개입한 것"이라며 조 전 청장을 질타했다.
2심에선 일부 댓글을 무죄로 봤지만, 댓글 지시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봐야 한다는 1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해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했다.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게시한 댓글 등은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업무'로 볼 수 있지만, 나머지 댓글 게시는 여론 조작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을 유지했다. 직원들에게 내린 여론 대응 지시가 '조 전 청장의 직무 권한 범위 내 속하는 일'이고, 경찰관 신분을 숨긴 채 정부 정책이나 경찰에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한 댓글을 작성 및 게시하도록 지시한 건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다.
조 전 청장은 이 사건과 별도로 부산지역 건설업자로부터 뇌물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201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8개월을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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