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영옥(한지민)의 쌍둥이 언니 이영희 役 맡으며 울림 선사
문호리 리버마켓 셀러 시작한 후 달라진 삶 조명
"다큐 속 문호리는 유토피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배우 겸 캐리커쳐 작가 정은혜가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니얼굴'로 영화 팬들을 만난다. 정은혜의 순수함이 가득 담긴 '니얼굴'은 보는 이들에게 이유 모를 뭉클함과 따스함을 남긴다.
영화 '니얼굴'을 연출한 서동일 감독과 정은혜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소담스튜디오 스튜디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문호리 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초청 및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우수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또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 수성과 함께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한지민과 김우빈, 예쁘고 다정해"
먼저 정은혜는 근황에 대해 "바쁘다. 그림도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했다. 식당에서 남학생들이 알아본다. 사진도 찍을 때가 많다. 사인도 해달라고 한다. 꽃도 받았다"면서 tvN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일상을 전했다. 피곤하진 않냐는 기자의 우려에도 정은혜는 "많이 자는 편이라 괜찮다"고 말하면서 미소를 보였다.
특히 개봉을 맞이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함께 호흡했던 김우빈 한지민의 열혈 홍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극중 쌍둥이 자매를 맡았던 한지민과 정은혜는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지민은 '니얼굴' 시사회에 깜짝 등장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정은혜는 당시 한지민의 등장에 많이 놀랐냐는 질문에 "안 놀랐다"면서 의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친구가 아닌 선배님"이라면서 호칭을 강조한 정은혜는 "영옥(한지민)이 장난칠 때도 있다. 메롱을 한다. 우빈 오빠도 대선배다. 둘 다 예쁘고 멋있다. 다정하다"고 애정을 전했다.
낯선 현장에서 연기했던 기분은 어땠을까. 정은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무서웠다. 또 선배님들이랑 같이 호흡하는 게 처음이었지만 저도 연기를 잘하는 편이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우리들의 블루스'를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두고는 "영옥과 싸우는 장면, 영옥이 시설을 보내는 장면이 생각난다. 우빈 오빠랑 같이 술 마실 때도 기억이 난다. 바닷가니까 추억도 만들었다. 또 우빈 오빠가 먼저 손잡는 장면이 있다. 그때도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정은혜는 "그런데 (김우빈을)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 신민아 언니가 있다. 화나실 것 같다"고 덧붙여 모두의 미소를 자아냈다.
이처럼 드라마 종영 후 바쁜 일상을 지내고 있지만 문호리 리버마켓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매주 찾아오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은혜는 일정을 소화하기 바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마켓을 가려고 노력한단다. 다만 캐리커처 주문이 밀린 탓에 현장에서의 그림 요청은 거절 중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라진 지금, 그림 있기에 가능했다
서동일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문호리는 유토피아다. 과거 정은혜는 홀로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방에서 뜨개질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바깥에서 받은 불편한 시선들은 고스란히 상처가 됐고 밤마다 오열하는 시간이 잦았다. 부모의 입장에서 딸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서동일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교육에 대해 꾸준히 투자했다. 비장애인 삶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일상적인 기능을 가르쳤지만 20대 중반이 돼도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은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하나로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통하고 관계를 확장하고 연결한다. 자존감도 회복하고 혼잣말을 하던 것도 없어졌다. 조현병도 없어졌다. 본인도 당당하고 위트가 생겼다"고 변화를 짚었다.
'니얼굴'은 2017년부터 2020년 촬영된 다큐멘터리다. 2년 사이, 각종 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우리들의 블루스'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비밀인 탓에 '니얼굴' 개봉도 미뤄졌다. 노희경 작가는 정은혜가 출연한 '다섯 개의 시선'을 본 후 그의 매력에 빠졌다. 그간 꾸준히 작품 속 장애를 가진 인물을 등장시켰던 노희경 작가가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를 그리고자 준비 중이었던 시기였다. 작업실과 전시회 등에 직접 찾아온 노희경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정은혜와 그의 가족들. 노희경 작가는 정은혜에게 "은혜씨, 믿어봐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었고 정은혜는 수락했다.
자신감으로 작품 출연을 결정했지만 부담감도 있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배우가 직접 출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작진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이에 노희경 작가는 최대한 맞춤형 캐릭터를 완성해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정은혜는 대사만 외운 후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
대본에 몰입, 영옥이 실제로 밉게 느껴지기도
정은혜는 다시 방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과거 자신을 고립시켰던 것과 달리 연기 연습을 위한 과정이었다. 가슴 아픈 영희의 사연을 보면서 정은혜는 깊게 몰입했고 실제로 영옥이 몹시 미웠다고 고백했다. 또 촬영장에서 눈물이 나지 않아 서동일 감독이 '엄마 장차현실 작가가 죽으면 어떨 것 같냐'고 울음을 유도했다는 비하인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정은혜의 오열 연기를 지켜본 카메라 감독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울음을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서동일 감독은 딸 은혜의 삶을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중이다. "은혜는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세상 어느 곳에도 속할 곳이 없어요. 사회가 이 사람을 들여다보지 않으니까요. 발달장애인도 나름대로 욕구가 있고 인정받고 싶어 해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어요. 하지만 기회가 없었던 것 뿐입니다. 은혜는 스스로 그림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나 이런 존재다, 나도 잘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줬어요. 나도 내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라는 걸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무도 관심 주지 않았던 이 세상을 자신의 삶으로 먼저 초대했어요."
다른 발달장애인 다큐와 달리 주체적 삶 연출
'니얼굴'은 정은혜의 평범한 하루를 담았다. 다만 기존 장애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다큐멘터리와는 분명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니얼굴' 속 정은혜는 차별과 사회적 구조의 모순, 무시와 편견, 소외와 외로움과는 거리가 있다. 신나서 노래도 부르고 좋아하는 그림을 잔뜩 그린다. 정은혜는 요즘도 바쁜 일정을 마친 후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기 바쁘다고 덧붙였다. 서동일 감독은 "다큐멘터리 속 발달장애인 곁에는 항상 '엄마'가 있다. 하지만 저는 은혜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은혜를 생동감 있게 개성과 스타일, 매력들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가급적 엄마가 드러나는 신을 덜어냈고 스스로 뭔가 해내는 모습, 셀러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는 모습을 만들려고 했다"고 연출적 중점을 둔 포인트를 전했다.
서동일 감독이 바라본 정은혜의 매력은 '따뜻함'이다. 직설적인 말투 속 배려하는 마음을 느낀다고 밝힌 서동일 감독은 "은혜는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다. 우리와는 다른 존재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한다. 잘난 척도 하지만 책임감이 있다. 해야 하는 일을 꿋꿋이 하는 힘이다. 주문을 받았을 때 그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한 사람씩 그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야 했지만 군소리 없이 다 받아들였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배우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매력도 궁금해졌다. 정은혜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 저도 잘한다. 재미도 있다. 잘 하는 게 많다. 저도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저를 좋아할 게 많다. 신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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