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구매보다 자동차세 지방교육세 등 적게 부과
차량 고가일수록 세금 절감 효과 커져...부자들 몰려
장기렌터 급증에 작년 지방세만 1조원 넘게 누수
5년 장기 렌터 가능하게 한 한국의 독특한 제도 탓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장기 렌터카’ 제도가 탈세를 조장하고 조세 불균형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운영 측면에서 렌트와 리스가 큰 차이가 없는데도, 세금 혜택이 달라 특히 값비싼 고급 수입차의 세금을 낮추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 5년 이상 빌릴 수 있는 장기 렌터카 제도로 연간 지방세만 1조 원 이상이 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 세계적으로 리스나 렌트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리스ㆍ렌트 시장은 연평균 11%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연평균 성장률이 14%에 달한다. 특히 2030세대의 리스ㆍ렌트 비중은 2015년 16.2%에서 작년 31.9%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 대다수 국가에서는 차량을 장기적으로 빌릴 경우 리스, 한 달 이내 짧은 기간 빌릴 경우 렌트로 통용된다.
차량을 빌려 쓴다는 점에서 동일한 시장 상품인데 국내의 경우 리스와 렌트에 대한 세금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개인 단위로 차량을 이용할 경우, 자동차의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와 지방교육세 등 각종 세금에서 리스(구입)보다 렌트로 이용할 때 훨씬 더 큰 절감 효과가 주어진다.
실제 배기량에 따라 책정되는 자동차세의 경우, 리스(구입도 동일)로 1,600cc 이하 차량을 이용하면 cc당 최대 140원, 1,600cc 초과 차량에는 200원이 부과된다. 이에 반해 렌트 차량은 2,500cc를 기준으로 이하일 경우 cc당 최대 19원, 초과일 경우 cc당 24원으로 세금이 훨씬 저렴하다. 예컨대 2,000cc 차량을 렌트로 이용하면 리스(구매)할 때보다 자동차세 부담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지방교육세의 경우, 구입 차량은 자동차세의 30%가 추가 부과되는 반면, 렌트 차량은 면제다. 여기에 취득ㆍ등록세, 공채매입 할인가격 등을 모두 포함하면 렌트 차량에 혜택이 훨씬 커진다. 더욱이 차량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욱 세금 절감 효과는 커지는 구조여서, 고소득자들이 ‘슈퍼카’ 등을 구입하면서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국가에서 렌터카는 단기 사용을 위한 상품이어서 세제혜택을 주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세제 혜택은 유지하면서 5년까지 빌리는 게 가능한 기형적인 장기 렌터카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제 혜택이 고가의 수입차를 장기로 렌트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런 차량을 취급하는 대형 렌터카 업체들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편법적으로 빠져나가는 세금의 규모도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자동차조사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렌터카 신규등록 대수 19만9,000대를 구매나 리스로 이용했다면, 지방세로 1조853억 원을 거둘 수 있었다. 이는 2013년(2,551억 원) 대비 세수 손실이 4배 이상 커진 것이다. 성장세에 있는 장기 렌터카 시장을 감안하면 손실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탈세 창구로 이용될 수 있는 왜곡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여신업계 관계자는 “조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투명성과 형평성”이라며 “장기 렌터카와 리스는 상품 성격이 유사한데도 각각의 상품에 대한 규제와 혜택은 차이가 커 불공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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