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DNA, 친자 증명뿐" 징역 8년 원심 파기환송
"유죄 확신에 의문 남아... 범행동기도 설명 안 돼"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미 3세 여아 바꿔치기'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숨진 아이의 친모 석모(49)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였던 유전자 감정 결과도 범행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DNA 검사로 제기된 '여아 바꿔치기'
사건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망한 3세 여아를 발견한 석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 친모로 알려졌던 김모(23)씨가 경찰에 구속되면서, 철없는 어린 엄마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찰 수사로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졌다. 숨진 아이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이 친모가 김씨가 아닌 석씨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과 검찰은 이후 석씨가 친딸인 김씨와 비슷한 시점에 출산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한 것으로 사건을 정리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석씨는 "출산도 바꿔치기도 없었다"며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1·2심, 석씨 유죄..."제3자 범행 가능성 없어"
1·2심은 석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숨진 아이가 친딸이 맞고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아이를 몰래 바꿔치기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유전자 감정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검찰과 경찰이 5회에 걸쳐 검사한 결과, 석씨와 숨진 아이가 친생자 관계일 확률이 99.9999998%로 나온 것이다. 재판부가 "숨진 아이는 석씨가 출산한 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이유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간접증거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석씨가 산부인과 출입이 자유로웠던 점, 바꿔치기 추정기간에 아기 체중에 급격한 변화(3.486㎏→3.235㎏)가 있었다는 점, 발목에 있던 인식표가 훼손된 점을 근거로 "(석씨 외)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친딸 맞지만, 바꿔치기 증거 부족"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예상을 뒤엎고 하급심과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석씨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이 남아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적시된 범행 방법은 추측에 의한 것일 뿐이며, 범행 동기나 목적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석씨를 유죄로 단정하려면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은 특히 결정적 증거로 인정받았던 유전자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숨진 여아를 석씨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친자 확인만으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혐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나아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과연 친권자(석씨의 딸)의 의사에 반해 약취행위를 한 것인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명 안 된 범행 동기 등 추가심리 더 해야"
대법원은 석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의 출산 사실을 감추기 위해 범행을 한 것인지 등 "범행의 동기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범행 동기는 물론, 범행 추정 시점의 산부인과 상황, 석씨의 근무 상황, 퇴사 이후 재입사한 이유 등을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