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없다더니"...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에 고민 깊은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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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없다더니"... 김건희 여사 '광폭 행보'에 고민 깊은 대통령실

입력
2022.06.13 17:50
수정
2022.06.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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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찾아 권양숙 여사 공개 방문
언론 인터뷰 통해선 '동물권 보호' 강조
공개 활동 시엔 '제2부속실 부활' 지적도

김건희(가운데)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 헌화를 마친 후 사저로 향하고 있다. 김해=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연일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역대 영부인을 방문해 '협치' 의지를 전하거나 동물권 보호 등 본인이 관심이 있는 사회 현안에 대한 메시지도 내면서다. 그간 조용한 내조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대로 따로 발언하거나 혼자 공개 활동을 하지 않은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김 여사의 허위이력 등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돼도 영부인(활동)은 없다"고 가족 리스크를 차단했다. 취임 이후 영부인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기관인 제2부속실을 없앤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김 여사가 최근 '없는 듯 있는' 영부인 활동을 진행하면서 대통령실도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김 여사, 봉하 찾아 "盧, 국민통합 강조했다" 언급

김 여사는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여사는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약 90여 분간 비공개 환담을 나눴고,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 전시관'도 관람했다. 김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공개적으로 단독 행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김 여사는 권 여사와 환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며 "국민 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실은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던 김 여사가 인사 차원에서 권 여사를 찾아뵙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해석에 거리를 두었지만,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여가 지났음에도 더불어민주당과 협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가 권 여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통합'을 언급한 것에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여사는 지난달 중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공개 예방했고,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사회참여형 퍼스트레이디?

13일 공개된 김 여사의 첫 언론 인터뷰는 향후 적극적인 행보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많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언론 인터뷰에 응했고 '동물권 보호'라는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동물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 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7마리를 키우는 동물 애호가인 김 여사가 '동물권 보호 필요성'을 어젠다로 제시한 것이다.

조용한 내조에 머무르지 않고 윤 대통령이 살피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챙기는 '사회참여형'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혔다. 김 여사가 대선기간 학력·경력 부풀리기 논란과 주가조작 의혹 등에 휘말려 두문불출했던 것과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 셈이다.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저로 향하고 있다. 김해=서재훈 기자


'영부인 없는 대통령실' 공약이 오히려 발목

윤 대통령은 그러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이 '김 여사의 봉하행에 대한 의미'를 묻자 윤 대통령은 "자꾸 이렇게 매사를 어렵게 해석하느냐"며 "작년부터 한번 찾아뵌다고 하다가 시간이 안 맞고 그래서 (이제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공개 행보에 관심을 보이는 여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전직 대통령 부인을 한번 뵙고 인사하는 건 '조용한 내조'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정작 김 여사의 활동 보폭이 넓어질수록 윤 대통령은 '자기 모순'에 빠지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영부인과 제2부속실 없는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말로만 폐지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제2부속실을 폐지했으나, 김 여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온라인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는 사고 등이 이어지자 최근 부속실이 김 여사 '담당 직원'을 지정해 공식 활동을 보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영부인이 있는데도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은 애초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실 정치에서 영부인이 대통령의 파트너이자 공직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서다. 여권에서도 영부인의 역할과 기능을 폐지할 게 아니라면 오히려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김 여사의 활동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는 데 대해 "차라리 공적인 조직을 통해 관리하면 좋을 것 같다"며 '제2부속실' 부활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영화 '변호인'에 눈물 흘린 사연 소개

한편,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시절을 다룬 영화 '변호인'을 보고 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기억을 소개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좌천 인사 등으로 힘들었던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며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권 여사는 "몸이 불편해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고 했다. 김 여사는 이에 "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권 여사는 "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며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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