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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변호사 사무실 출입문 막고 불 질러... 7명 참변

입력
2022.06.09 17:24
수정
2022.06.10 07:56
1면
0 0

변호사와 사무장 형제 화재 참변 당해
50대 용의자, 인화물질 뿌리고 불 질러
20여 분 만에 진화 불구 대형 인명피해
시신 2구에는 자상 발견...질식사 아닐 가능성 '부검'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7명이 숨진 대구 법무빌딩 건물의 폐쇄회로(CC)TV에 방화 용의자가 9일 범행 직전 흰 천으로 감싼 물건을 들고 2층으로 올라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독자 제공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7명이 숨진 대구 법무빌딩 건물의 폐쇄회로(CC)TV에 방화 용의자가 9일 범행 직전 흰 천으로 감싼 물건을 들고 2층으로 올라서는 장면이 포착됐다. 독자 제공

변호사, 법무사 사무실이 몰려 있는 대구의 한 법무빌딩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변호사 등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불은 20여 분 만에 꺼졌지만, 유독가스가 많은 곳에서 제때 탈출하지 못해 대형 참사를 초래했다. 방화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숨진 피해자 2명의 시신에서는 자상이 발견돼 부검을 했다.


9일 오전 10시55분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7층짜리 빌딩 위치. 뉴시스

9일 오전 10시55분께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7층짜리 빌딩 위치. 뉴시스

대구소방안전본부와 대구경찰청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55분쯤 수성구 범어동 법원 남쪽 W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에서 불이 났다. 등기부등본상 지하 1층, 지상 7층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로 파악됐다. 지하층은 주차장, 지상 1~5층은 사무실, 6층은 기계실로 구성돼 있다.

화재 직후 “폭발음과 함께 건물 2층에서 검은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한 법률사무소 직원은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화재경보기가 울려 경보기를 시험하는 줄 알았다”며 “잠시 후 출입문을 열어보니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 있어 급하게 문을 닫고 사무실에 갇혀 있다가 20여 분쯤 지나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출됐다”고 말했다.

신고 6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도착 16분 만인 오전 11시 17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203호에서 7명(남자 5명, 여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무실에 근무하는 김모(57) 변호사와 사촌동생인 사무장,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직원도 변을 당했다. 다른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의뢰인 등 50명은 유독가스를 흡입하거나 대피하던 중 부상해 일부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화재부터 진화까지 20여 분에 불과했는데도 7명이나 숨졌다. 불이 난 사무실이 2층 맨 안쪽에 있고, 탈출구는 용의자가 들어온 출입문 하나뿐이어서 대피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3호 출입문은 건물 현관에서 약 20m 떨어져 있다.

사무실 북쪽에 창문이 있지만, 지상까지 거의 4층 높이여서 불길을 피해 뛰어내리기 여의치 않은 구조로 파악됐다. 현장 관계자들은 방화 용의자가 문을 막고 사무실에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질러 생긴 유독가스에 피해자들이 질식했다면 탈출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피해자 중 2명의 몸에서 자상이 발견됐다"며 "피해자 4명의 사인은 질식사로 나타났지만 나머지 2명은 질식사가 아닐 가능성도 있어 부검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대원들이 9일 대구 수성구 W빌딩에서 방화로 숨진 희생자들을 수습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소방대원들이 9일 대구 수성구 W빌딩에서 방화로 숨진 희생자들을 수습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50대 용의자를 확인했다. 다만 이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가 집에서 두 팔로 무언가를 안은 채 나와 불이 난 빌딩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대구 수성구 재개발사업에 투자했다가 분양이 저조해 금전적 손해를 입자 시행사를 상대로 약정금 반환 청구소속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시행사를 대리한 A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시행사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A변호사와 203호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이날 김 변호사는 숨졌지만 A변호사는 다른 재판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화를 면했다.

숨진 변호사 지인은 “용의자는 이전에도 패소에 앙심을 품고 수차례 전화로 항의하거나 사무실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더니 결국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소방 등과 함께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또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구체적 사건 발생 경위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대구= 정광진 기자
대구= 김정혜 기자
대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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