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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즉답하고 참모에겐 '깨알 질문'... 윤 대통령의 한 달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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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즉답하고 참모에겐 '깨알 질문'... 윤 대통령의 한 달은 달랐다

입력
2022.06.1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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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이 지켜본 윤 대통령 한 달
검찰 편중 인사·협치 부족은 한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질문을) 많이 준비하셨습니까?"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날 때 건네는 인사다. 현안에 대한 답을 피하지 않겠다는 자신감과 국민과 언론의 궁금증에 대한 호기심이 동시에 엿보인다. 9일을 기준으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12번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 응답하며 소통했고,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대통령실 참모들과도 벽을 허물고 있다. '격의 없이 소통하고 질문이 많은 리더'라는 게 윤 대통령을 겪은 참모진의 공통된 평가다. 정치·행정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위해 그만큼 '참모들과의 소통'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만큼은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파격적인 소통… 국민·참모와 거리 좁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구중궁궐 같은 기존 청와대를 떠나 참모진은 물론 취재진과 부딪혀가며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대통령실 공간은 전임 정부보다 크게 줄어들었지만, '소통 면적'은 전직 대통령보다 확실히 넓어졌다. 최대한 출근길 취재진과 즉문즉답을 나눈다. 신년 기자회견이나 대국민 담화를 활용했던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파격적인 소통 방식을 택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을 위해 별도로 각본을 준비하지 않는다"며 "참모들도 대통령의 의중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 내 '일하는 문화' 바꾸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식순을 없애고 '자유토론' 형식으로 바꿨다. 대통령과 수석 간 소규모 회의도 잦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질문이 끊이지 않아 브레인스토밍 방식 회의로 진행될 때가 많다"며 "경제수석과 회의하다가 사회수석이 참여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업무분야 간 칸막이가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상정된 법안을 처리하던 국무회의 형식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선 윤 대통령의 주문으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여 분간 '반도체 특강'을 진행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현안을 공부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관료사회 전반의 회의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빠른 의사결정… 지적하면 바꾸기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신속한 의사결정'도 윤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KTX 특별열차를 편성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이끌고 참석한 것은 보수 정부에선 대단한 파격이었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취임 이틀 만에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경안 통과를 당부한 것도 '속도전'을 보여준 장면이다.

윤 대통령의 발빠른 변화 의지를 보여준 사례도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인선에서 여성 할당, 지역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각에 여성 비중이 적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여성 인재를 발탁하며 유연성을 보여줬다.

"민변 도배" 등 정제되지 않은 발언도

한 달 동안 보여준 모습에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9일 출근길에 "필요하면 해야죠"라며 인사 기조를 굽힐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느냐"며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응수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단체 시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대통령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야권의 반발을 샀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 노력도 부족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과 '의회주의'를 강조했으나, 야당 지도부의 만남이나 실질적인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 만으로 향후 4년 11개월간의 국정 변화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참모들은 국정 운영자로서 윤 대통령의 '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었다"라며 "정치 경험이 적은 만큼 다양한 의견을 듣고 방향을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게 윤 대통령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가 많아질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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