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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전화 언제 올지 모르는데… 하루 수십 번 '한 표' 호소 전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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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전화 언제 올지 모르는데… 하루 수십 번 '한 표' 호소 전화벨

입력
2022.05.30 04: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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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후보자들 홍보 전화 쇄도
병원·소방서·관공서 등 주요기관 업무 지장
발신횟수·대상 제한 없어 "선거법 보완 필요"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합뉴스

서울 소재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한모(29)씨는 최근 응급실로 걸려오는 선거운동 전화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응급환자 처치를 위해 구급대나 다른 병원과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 표 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와서 업무를 방해하는 탓이다. 한씨는 "바쁜 와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뜬금없이 'OOO 후보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신경이 곤두선다"며 "환자 이송이나 베드(병상) 문의 등 환자 생사를 좌우할 시급한 전화가 언제 걸려올지 모르니 안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전화가 폭주하면서 기관들이 애를 먹고 있다. 선거 캠프마다 무작위로 뽑아낸 전화번호로 지지 호소를 하는 통에 병원, 소방서, 관공서 등 긴급한 대민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곳까지 업무에 차질을 빚다 보니, 주요 기관은 선거 전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무차별 발신되는 선거 전화 대상이 되는 건 지자체나 관공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방서에 하루 4, 5번 꼴로 선거운동 관련 전화가 걸려온다"며 "선거가 끝나면 지나갈 일이긴 하지만, 그때까진 불필요한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는 선거운동을 위해 자동응답방식(ARS)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발신 횟수 제한 규정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은 문자 발송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1회 발송 인원을 20명을 넘기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문자를 보낼 수 있고, ARS 전화도 횟수에 제한 없이 걸 수 있다.

유선 전화의 경우 선거 전화 수신 대상에도 별다른 법적 규제가 없다. 그렇다 보니 임의로 추출한 번호로 전화를 거는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업무상 전화 연락이 중요한 기관들도 전화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신자 쪽에서 사전에 수신을 차단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휴대폰의 경우엔 정당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상번호 형태로 제공받아야 하고 고객은 통신사에 가상번호 제공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게끔 공직선거법상 규제가 마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 유세가 '전화 공해'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과도한 선거운동에 제한을 두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선 현장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선거운동 기간 전화나 문자 홍보에 있어 시간이나 횟수 제한 등 세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며 "국회의원 입장에선 선거운동 제한 규정이 자기 손발을 묶는 셈이라 그간 법 개정에 소극적이었지만 유권자 고통을 헤아려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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