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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봉준호, 그다음이 안 보인다

입력
2022.05.28 12:01
수정
2022.06.02 20: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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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이유진(왼쪽부터) 영화사 집 대표와 배우 강동원 이주영 이지은 송강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6일 오후 제75회 칸영화제 '브로커' 공식 상영회를 앞두고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뉴스1

이유진(왼쪽부터) 영화사 집 대표와 배우 강동원 이주영 이지은 송강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6일 오후 제75회 칸영화제 '브로커' 공식 상영회를 앞두고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뉴스1

지난 24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박해일·탕웨이, 정서경 작가가 참석한 이 자리엔 중국 기자들이 유난히 많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중국 기자 2명에게 물었다. ‘헤어질 결심’에 관심이 큰 이유가 무엇이냐고.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중국 영화가 칸영화제에 거의 오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한 영화에 취재가 몰릴 수밖에 없었다." 탕웨이가 중국에서도 인기 있는 배우라는 점을 꼽기도 했다.

1988년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이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죽의 장막’에 숨어 있던 중국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중국 영화는 아시아를 대표해왔다. 일본 영화와 더불어 유수 영화제 주요 부문에 종종 초청됐고 여러 상을 휩쓸었다. ‘패왕별희’가 1993년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가져갔고,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1999년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서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영화 시장은 매년 100% 안팎으로 성장을 거듭했으나 유수 영화제들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지아장커 감독 정도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 레드 카펫을 밟았을 뿐이었다. 반면 한국 영화는 큰 기복 없이 칸영화제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2019년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22편 중 동아시아 영화는 단 2편이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둘 다 한국 영화다. 안을 들여다보면 의미심장하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현존 최고의 일본 감독이다. ‘브로커’의 배우와 스태프는 한국인이다. 국내 제작사인 '영화사 집'이 제작했고, CJ ENM이 투자했다. 한국 영화계가 일본 거장을 고용한 모양새다. 중국과 일본 영화인이 한국 영화를 통해 칸영화제를 찾았다. 한국 영화가 동아시아 영화계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극장 밖에서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배우들을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가 된 이정재는 호텔에 투숙하려는 순간부터 “스퀴드 가이”(‘오징어 게임’의 영어 제목 ‘Squid Game’에서 유래한 호칭)라고 불리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고 한다. 10년 전쯤 한국 최상위급 배우가 칸 중심지를 걸어가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칸에서의 성과는 눈부시지만 10년 뒤, 20년 뒤에도 오늘의 기쁨이 이어질까. 긍정보다는 부정이 앞선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이외에도 황동혁 연상호 나홍진 등 재능 있는 감독이 적지 않으나 40~50대다. 30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감독이 몇몇 있어도 2000년대 초반만큼 눈에 띄지는 않는다. 유망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관객이 급감하며 영화발전기금(영화표 값에서 3% 징수)은 고갈됐다. 독립영화 지원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기 더 어려워졌다. 스크린독과점 등 산업 건전화를 위해 해결할 일이 적지 않다. 칸의 성과에 마냥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칸=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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