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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연고보다 역량" vs 尹 "철새보다 텃새"... 계양을 달구는 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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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연고보다 역량" vs 尹 "철새보다 텃새"... 계양을 달구는 프레임 전쟁

입력
2022.05.2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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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동행 르포]
'초박빙' 판세 속 '사즉생' 선거운동
정치 명운 걸린 李 "3표만 모아달라"
계양을 '3수' 尹 "이번엔 돼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5일 계양구 장기동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윤형선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6일 계양구 계산역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최주연·홍인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5일 계양구 장기동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윤형선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6일 계양구 계산역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최주연·홍인기 기자

민주당 텃밭에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위상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각각 12.0%포인트, 19.9%포인트 차이로 낙승했던 것은 더 이상 옛말이 됐다. 이번 선거에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안갯속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3·9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막상막하의 혈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텃밭에 출마해 전국선거를 지원하려고 했던 이 후보와 민주당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진 배경이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인 이 후보의 정치적 명운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이 후보는 25일 한국일보 동행취재에서도 '사즉생'의 각오로 현장을 누볐다. 야권의 거물을 잡으려는 윤 후보의 일정도 다르지 않았다. 두 후보는 지역구 내 7개 동을 샅샅이 훑으며 "지지율이 똑같다고 한다. 대선과 비슷할 거 같다"(이재명 후보), "초박빙이다. 이번엔 꼭 돼야 한다"(윤형선 후보) 등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두 후보는 지지층을 최대로 결집하는 것이 승부를 가를 키라고 보고 전력을 다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있으면 달려가서 "표를 찍어달라"는 부탁을 망설이지 않았다. 이 후보는 유모차를 끄는 아이 엄마와 셀카를 찍으면서 "모델료는 3표"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고, 윤 후보도 악수를 청하는 시민에게 "사모님, 5표만 도와달라"며 두 손을 꼭 쥐었다.

이재명 "연고보다 역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5일 계양구 장기동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5일 계양구 장기동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 후보의 무기는 '계양에는 큰 일꾼이 필요하다'는 구호였다. 이 후보는 25일 계양구 장기동 아파트단지에서 마주친 한 중년 여성으로부터 "몇십 년간 동네가 너무 발전이 안 됐다"는 하소연을 듣자마자, "제가 원래 일을 잘하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계양을 제2의 판교로'라는 구호가 적힌 유세차량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잡고 "옆집 아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낫다""연고보다 역량"을 외쳤다. "김포공항을 이전시켜 계양을 강남에 버금가게 '강서시대'를 열겠다"며 그간 언론에 알리지 않은 지역맞춤형 공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세차량에 오른 3시간 동안 이 후보는 마이크를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 장기동에서 아라뱃길을 건너 귤현동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 위에서는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를 외쳤다. 유세 종료 30분 후에는 종친회 등 지역 단체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유세 중 시간을 쪼개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 후보와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차량을 상대로도 유세를 멈추지 않던데.

"운전하는 분들이 안 보는 거 같아도 다 보고 있다. 체감상 절반 이상은 저를 보며 엄지 척을 해주신다."

-대선과 비교해 이번 선거 분위기는 어떤가.

"대선보다 더 어렵다.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보다 선거구는 좁지만 '직접', '더', '많이' 유권자들과 만나야 한다. 아침 6시 반에 나와 새벽 1시까지, 지역 주민과 접촉할 시간을 확보하려는데 1인 2역(총괄선대위원장)을 하다보니 균형 찾기가 쉽지 않다."

-상대 후보의 추격세가 매섭다.

"당 지지율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방탄용 출마'라는 상대 공세가 먹힌 건가.

"그분들은 '네거티브 전문' 당이다. 자기들이 손가락질하고 손가락질받는다고 비난하는 못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제가 잘못한 건 없다. 당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 나만 안전하게 피해 있을 수 없어 주변 만류에도 출마했다."

-민주당이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86용퇴론'으로 소란스럽다.

"못 들었다. 어제(24일)도 사실 못 들었다. 현장에서 '사령관 겸 병사'를 겸하고 있는데 본부에서 뭐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여당 의원보다 야당 의원이 계양에 필요한 이유는 뭔가.

"나는 일단 실력이 있고, 큰 일꾼이고, 민주당이 여전히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엔 유능하고 영향력이 큰 일꾼이 훨씬 더 도움된다."

-'이번에 지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나.

"민주당이 합리적이고 강한 대중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데, 국민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 그런 심정을 표현한 말이다."

윤형선 "철새보다 텃새"

윤형선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5일 계양구 계산역에서 시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홍인택 기자

윤형선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5일 계양구 계산역에서 시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다. 홍인택 기자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3수생인 윤 후보는 "계양의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5일 저녁 계산동의 한 고깃집에 들어간 윤 후보는 명함을 받아주는 시민에게 "송영길은 도망갔고 이재명은 도망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도 박빙이다. 제발 도와달라"고 했다. 인지도는 이 후보에게 비할 바 아니지만, 여당으로서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식사 중인 한 가족에게 찾아가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있다. 제가 되면 계양에 엄청난 예산을 모아올 수 있다"고 약속했다.

이후 소나기가 쏟아지자, 윤 후보는 참모진에게 "계산역으로 가자"고 팔을 끌었다. "이 시간대에 계산역에 가면 진짜 지역 토박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면서다. 열차가 오지 않는 사이마다 틈틈이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민들에게 '연고'를 강조하고 있다.

"지명도나 인지도로는 제가 이재명 후보와 상대가 안 된다. 이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계양을 이용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이 후보 부인도 한 번도 본 적 없다. 25년간 계양을 지킨 텃새와 25일도 안 된 철새를 구분해달라는 의미다."

-상대는 '큰 일꾼'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본인의 능력을 자랑하지만 과대 포장돼 있다. (성남) 대장동도 엄청난 비리인데 성과로 포장하고 있지 않나. 판교도 뭉뚱그려 자기가 다 했다고 하지만 영원히 포장될 수 없다. 저와의 선거를 통해서 그 실체가 반쯤 밝혀졌다."

-계양을에 전세 거주하고 서울에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1998년 계양에 와서 막내를 2002년에 낳고 아이들이 학교도 여기서 다녔다. 당시 계양에 집을 사려는데 집주인이 값을 갑자기 올려달래서 못 샀다가 몇년 후 목동에 한 채를 샀다. 하지만 저는 계양을 하루도 벗어난 적이 없다. 병원에서 계양주민 10만 명을 진료했다."

-상대의 '1호 법안'은 민영화방지법인데, 윤 후보의 1호 법안은 뭔가.

"아직 구체적으로 법안까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지만, 귤현 탄약고를 이전하는 것과 공항철도를 9호선과 연결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최대한 결실을 맺고 싶은 현안이다."

-의사로서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주장한 '수술실 CCTV법'은 어떻게 생각하나.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환자의 사생활 침해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들이 CCTV 하니까 좋다고 하면 거기로 몰려간다. 강제할 게 아니다."

인천=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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