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한으로 첨단기술 중요성 절감
'친기업' 윤 정부 출범 맞춰 '통 큰 선물'
"핵심기술 인프라 갖는 게 곧 생존 전략"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등 주요 그룹들이 24일 '미래 핵심역량 발굴'을 앞세워 총 588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동시다발로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춘 대기업의 중장기 투자계획 발표가 낯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후라는 시기와 투자액 대부분(480조 원)이 국내에 집중된다는 공통점이 특히 눈에 띈다.
바이든 방한으로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국제질서 변화를 한층 체감한 대기업들이 한국에 독보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존재감을 높이고자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등 총 588조 투자 계획
삼성전자는 이날 "향후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정보통신기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의 지난 5년간 투자액(330조 원 )보다 120조 원 늘어난 것으로, 450조 원 가운데 80%인 360조 원은 국내 투자액이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3사가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친환경 분야 △로보틱스, 미래 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 △내연기관 차량 상품성 향상 같은 기존 사업 역량강화에 투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롯데그룹 역시 신규사업 등에 향후 5년간 총 37조 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신성장 테마인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을 포함해 화학, 식품, 인프라 등 핵심 산업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에 총 37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중 국내 투자는 20조 원 규모로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의 3개 사업 분야에 집중된다.
첨단기술=국가안보... "한국 기술주권 확보가 생존·발전 전략"
주요 그룹이 이처럼 초대형 투자 카드를 일제히 꺼내든 건, 우선 기업하기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에 화답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룹들은 총 588조 원 가운데 480조 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 창출 의지도 적극 밝혔다.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첨단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지난 수십 년과 달리, 이제는 첨단기술을 갖고 있느냐에 국가 안보까지 좌우되는 시대다.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아시아 순방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해 첫 공식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은 것도,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에서 삼성전자를 확실한 우군으로 껴안았다는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
이를 생생히 목격한 대기업들로서는 미중 간의 신냉전, 경제블록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거대한 변화 소용돌이에서 독자적 기술 경쟁력과 인프라가 곧 생존과 직결되는 무기임을 절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스템반도체, 전기차, 6세대(6G) 이동통신, 우주항공 등 차세대 핵심기술 적극 투자 발표로 이어졌다. 주요그룹 관계자는 "한국에 핵심기술 인프라가 탄탄해야 강대국도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며 "어쩌면 핵탄두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첨단반도체 시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세계 경제의 판이 바뀌는 지금도 우리 기업들이 핵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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