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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청문회, '이모 논란'이 중요한가

입력
2022.05.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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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거의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이제 연극은 끝났다"고 했다가 "그럼 청문회가 짜고 치는 쇼였냐"는 야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5월 초부터 잇달아 열린 국무위원 후보자 18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바탕 연극 판이었다면, 최대 흥행작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17일 임명) 청문회였다. 주요 방송사들이 일제히 중계한 한 장관 청문회의 유튜브 조회 수를 더하면 100만 회가 훌쩍 넘을 정도로 대박을 쳤다.

장르는 일단 희극이다. 민주당의 강경파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의욕만 앞선 실수를 연발하며 긴장된 청문회 분위기 속에서 의외의 웃음을 안겼다. 김남국 의원은 한 장관의 딸과 함께 논문을 쓴 ‘이모(李某) 교수’를 친척 ‘이모’로 착각해 질의했다. 최강욱 의원은 ‘한OO’으로 익명 처리된 기부자(한국쓰리엠)를 한 장관의 딸 아니냐고 추궁했다가 반박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번번이 표적을 빗나간 결과, 17시간 넘게 이어진 청문회의 승자는 한 장관이라는 데 대한 이견은 많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반대에도 한 장관 임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데는 청문회에서 ‘한 방’이 없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터이다.

하지만 웃어 넘기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몇몇 의원들 질문이 어설펐다고, 한 장관이 자동으로 면죄부를 부여받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받은 핵심 의혹은 '부모 찬스'이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 장관의 고교생 딸은 '철강 산업' '머신 러닝' 등 전문 주제로 영어 에세이(한 장관은 습작이라고 해명)를 여러 편 써서 학술지에 게재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재력이나 지위가 작용했거나, 논문이 대필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때론 도발적으로 보일 정도로 질문에 막힘 없이 답했던 한 장관도 딸의 스펙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신중해졌다. “입시에 사용되거나 사용할 계획이 없다”거나 “미성년 자녀의 활동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속 시원한 해명은 듣기 어려웠다.

제기된 의혹이 위법인지, 편법인지, 국제학교에 널리 퍼진 관행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뭐가 됐건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 원칙으로 국민 앞에 약속한 '공정과 상식'에 비춰 아쉬움이 없는지는 의문이다. 공정의 본령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다. 그런데 사회 지도층이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억척스러움으로 ‘스카이 캐슬’ ‘아이비 캐슬’ 같은 막장 드라마를 찍는 것은 기회 보장의 믿음을 뿌리부터 흔든다.

자녀 교육에서 누구든 객관성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쉽게 남을 재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국 사태’를 거울 삼아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정권을 교체한 새 정부 핵심 인사들이 자신의 삶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주길 바랐다면 과한 기대였을까.

윤 대통령의 10일 취임사를 다시 읽어 본다.

“자유는 결코 승자 독식이 아니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것 없이 자유 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 뺄 말도, 보태고 싶은 말도 없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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